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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시인의 시로 여는 세상]
희나리 / 전명숙
[원시인의 시로 여는 세상]
밤하늘이 어릴 적 사랑방 아궁이 같아요 사윈 화톳불이 깜빡이며 꺼질 듯이 푸석거려요 매캐한 연기가 찌지직거리며 달빛을 가둘 때 맘속 비밀들은 구름 사이로 숨겨놓아요 달력처럼 한 장씩 저민 솔잎에서 우러난 차향이 코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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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시인의 시로 여는 세상]
등 / 서안나
[원시인의 시로 여는 세상]
우리는 살면서 등이 가려울 때가 가끔 있습니다. 그러나 내 몸이면서 나는 등 긁기가 쉽지 않습니다. 손을 뻗어도 견갑골 그 어디쯤 나의 등까지 내가 가 닿기는 쉽지 않습니다. 몸을 비틀면 비튼 만큼 또 등은 돌아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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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시인의 시로 여는 세상]
봄길 / 정호승
[원시인의 시로 여는 세상]
원시인님, 참, 특이한 것이 시라는 생각이 들지 않으세요? 만약에 일상의 대화에서나 산문에서 이렇게 똑 같은 말을 반복하였다면 잔소리 같거나 지루하여 더 듣고 싶지 않을 때가 많은 겁니다. 그런데 이 짧은 시에서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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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시인의 시로 여는 세상]
나 하나 꽃 피어 / 조동화
[원시인의 시로 여는 세상]
조동화 시인의 「나 하나 꽃 피어」라는 시를 읊조리고 있으면 우리의 몸에서 노래가 흥얼거리는 것 같습니다. 밝고 아름다운 강물이 흐르는 것 같기도 합니다. 단순 명쾌합니다. 복잡하지 않습니다. 아! 그렇지, 하고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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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시인의 시로 여는 세상]
선암사 / 양광모
[원시인의 시로 여는 세상]
양광모의 「선암사」라는 시는 비교적 쉽고 편합니다. 겨울을 지나 이른 봄에 핀 매화를 통해 3가지 삶의 깨달음을 얻은 것을 말하고 있습니다. 첫째는 ‘겨울을 지나온 매화가 가장 불심이 깊다’는 것. 둘째는 ‘겨울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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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시인의 시로 여는 세상]
산에도 척하는 것들 / 황봉학
[원시인의 시로 여는 세상]
황봉학 시인의 「산에도 척하는 것들」이라는 시에는 우리나라의 재밌는 풀이름 나무이름들이 등장합니다. 그런데 황봉학 시인은 이러한 우리나라의 풀이름 나무이름에서 다시 우리네 삶의 본 모습을 일깨워 줍니다. 사실 자연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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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시인의 시로 여는 세상]
우화의 강 / 마종기
[원시인의 시로 여는 세상]
원시인님, 오늘 아침엔 마종기 시인의 「우화의 강」을 읽어봅니다. 어디선가 개울물이 풀어져 물길이 어울리는 우수가 지난 어느 이른 봄날입니다. 강의 시원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겠지만 강의 시원은 어디선가 시작되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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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시인의 시로 여는 세상]
백련사 동백숲길에서 / 고재종
[원시인의 시로 여는 세상]
절간에서 울리는 저녁 범종소리에 삼라만상은 모두 자신에게로 눈귀를 돌립니다. 너와 나 역시 그 동안 쇠가 든 영혼을 내려놓고 침잠하며 무명無明한 삶을 바라봅니다. ‘쇠’가 철, 쇠붙이를 말하는 것으로 본다면 상징적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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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시인의 시로 여는 세상]
저녁에 / 김광섭
[원시인의 시로 여는 세상]
이 작품은 1969년 11월에 발표된 작품으로 인간 존재성에 대한 성찰과 인식론을 자연과의 관계성을 통해 담담하게 표현한 한 편의 수묵화 같습니다. 밤이 되어 하늘을 쳐다보는 시의 화자와 그를 내려다보는 별이라는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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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시인의 시로 여는 세상]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 / 김광규
[원시인의 시로 여는 세상]
우리는 이 시에서 꼭 짚고 넘어갈 하나의 삶의 철학이 있음을 간과하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그것은 바로 부정한 세상과 타협하여 변해버린 사람들의 모습입니다. 4.19의거에 참여하여 정의가 바로선 세상을 외치던 이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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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시인의 시로 여는 세상]
빈디 / 전종대
[원시인의 시로 여는 세상]
인간은 생로병사의 길을 걸어 마침내 우주 속으로 다시 환원될 때까지, 고통과 번뇌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 인간 존재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우리 인간은 두 개의 눈을 가지고 태어납니다. 하나의 눈으로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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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시인의 시로 여는 세상]
알바트로스 / 샤를 삐에르 보들레르
[원시인의 시로 여는 세상]
하늘을 훨훨 날아다니던 알바트로스도 막상 지상에 앉으면, 그 ‘커다란 흰 날개를 노처럼/가련하게도 질질 끄’는 모습을 보일 수밖에 없습니다. 시인은 이를 보고 ‘얼마나 가엾고 추악한가!’라고 노래하지만 그 속에는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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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시인의 시로 여는 세상]
설야(雪夜) / 박용래
[원시인의 시로 여는 세상]
지금 밖에는 눈보라가 휘몰아치고 방안엔 희미한 등잔불 아래 맷돌을 돌리는 어머니가 있습니다. 시인은 어렸을 때 그 맷돌 돌리시는 어머니의 영상이 지워지지 않고 남아 있었나 봅니다. 이 간단한 시적 배경이 아름다운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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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시인의 시로 여는 세상]
대왕암 앞에서 / 전종대
[새해맞이 축시]
피리를 불면 적의 군사가 물러가고, 가뭄이 들 때는 비가 내렸으며, 아픈 사람들은 병이 낫고, 요동치던 물결도 평온해진다는 신라 신문왕 때의 신비한 피리. 혼란스러운 시절이 빨리 지나가고 평화가 오길 바라는 신라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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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시인의 시로 여는 세상]
논 거울 / 박성우
[원시인의 시로 여는 세상]
‘논이 만든 거울’, 그것을 시인은 <논 거울>이라고 부르나 봅니다. 논이 제대로 된 거울 노릇을 하려면 아마 모내기를 하기 위해 물을 한 논 가득 채워둘 때이겠지요. 아직 모는 내지 않고 빈 들녘을 갈아 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