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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人戀) / 박지웅
[원시인의 시로 여는 세상]

기사입력 2025-10-18 오전 7:43:05






인연(人戀)

               박지웅

 

 

빈 손가락에 나비가 앉았다

손가락이 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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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웅 시인의 인연人戀은 독자들을 놀람상상깨달음으로 이끈다. 이 시의 주된 이미지는 두 개인데 하나는 빈 손가락에 나비가 앉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그 빈 손가락이 피었다는 이미지이다. 너무나 짧아 무슨 말인지 당황하게 할 수도 있지만 가만히 읽어보면 그 의미가 점점 깊어짐을 느낀다.

 

나비는 꽃을 찾아 날아다니는 곤충이다. 그 나비가 빈 손가락에 앉았다는 것은 그 빈 손가락이 마치 꽃으로 보였다는 의미이다. 사람의 손이 꽃이 되기 위해서는 인간의 욕심을 다 버린 상태가 될 때일 것이다. 어렸을 때 우리는 손가락을 가만히 내어 밀고 있으면 잠자리가 앉을 때가 있다. 내가 그 잠자리를 잡으려는 마음을 가지는 순간 잠자리는 날아와 앉지 않는다. 그런데 무심의 상태로 있으면 그 잠자리가 어떻게 알았는지 손가락에 살포시 날아와 앉을 때가 있다. 그럴 때 그 빈 손가락은 하나의 꽃이 되고 그 꽃은 활짝 피는 것이다.

 

나비는 빈 손가락이었기 때문에 앉은 것이며, 그럴 때 그 빈 손가락은 한 송이 꽃이 되는 것이고, 더 나아가 활짝 피는 꽃이 되는 것이다. 놀랍지 않은가? 단 두 줄의 시행 속에 삶의 비움과 무심의 철학이 들어 있다. 또한 꽃이 피듯 손가락이 피었다라는 구절은 낯설지만 충분히 공감이 가는 구절이다.

 

한편 이 시의 제목 또한 새롭다. 이 시의 제목은 인연人戀인데,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인연(因緣)’이 아니다. 시인이 만들어 낸 인연人戀이다. 전자의 인연(因緣)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 맺어지는 관계를 의미한다. 후자의 인연(人戀)은 사전에는 등재되어 있지 않은 단어인데, 한자로 보아 인간의 사랑의 의미로 해석된다. ‘빈 손가락에 나비가 앉았다/손가락이 피었다라는 것은 사람과 사람의 관계성을 말하고자 한 것이 아니라, 한 인간의 우주적 완전한 비움의 사랑을 말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경산인터넷뉴스(ksi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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