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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쁨 / 나태주
[원시인의 시로 여는 세상]

기사입력 2024-06-01 오전 8:33:43






기쁨

                 나태주

 

 

난초 화분의 휘어진

이파리 하나가

허공에 몸을 기댄다

 

허공도 따라서 휘어지면서

난초 이파리 살그머니

보듬어 안는다

 

그들 사이에 사람인 내가 모르는

잔잔한 기쁨의

강물이 흐른다.

 

꽃을 보듯 너를 본다(지혜,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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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잔차키스의 그리스인 조르바에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나온다. 주인공 조르바는 산비탈을 내려가다가 돌에 걸려 넘어지면서 그만 돌이 떼굴떼굴 굴러가는 걸 보고 다음과 같이 말한다. ‘눈치 챘소, 보스 양반? 돌멩이들이 비탈을 굴러가면서 살아납디다!’ 그 하찮은 작은 사건을 두고 조르바는 마치 태어나서 처음 바라보는 듯이 사건을 바라본다. ‘조르바에게는 늘 신세계가 그렇게 펼쳐진다. 그는 신세계를 보는 것이 아니라 신세계를 창조하는 것이다. 어린아이와 같은 눈, 세상 만물을 새롭게 바라보는 눈이 그에게는 있기 때문일 것이다.

 

나태주 시인의 기쁨이라는 시에서도 이와 비슷한 신세계의 안목을 느낀다. ‘난초 화분의 휘어진 이파리 하나를 보는 것은 흔한 일이다. 그러나 그 휘어진 이파리 하나가 허공에 몸을 기댄다는 것은 새로운 시선이다. 2연에 가서 그 휘어진 이파리를 허공도 따라서 휘어지면서 살그머니 보듬어 안는다는 것은 더욱 새로운 안목이다. 이러한 시선은 우리들을 늘 기쁨으로 이끈다.

 

우리 인간이 인간의 눈에서 벗어나면 이 우주의 삼라만상은 모두 서로 안고 어르며 시간의 강물을 흐른다. 시간의 언덕을 넘어간다. 그들 사이에 흐르는 잔잔한 기쁨을 발견하는 것은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것이다.(*)


 


 

 


 

 

경산인터넷뉴스(ksi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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