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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을 켜고 / 전원목
[원시인의 시로 여는 세상]
기사입력 2025-05-10 오후 12:03:02

등을 켜고
전원목
정성스럽게
나 하나의 등을 달고
두 손 모아
나 하나의 등을 켰네
빌고 빌며
나 하나의 등불에 불이 꺼지지 않기를
엎드려 절하는 동안
나 하나의 등불에 가려진
그 수많은 등을
나는
보지 못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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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부처님 오신 날> 절마다 사람들의 발걸음이 북적였다. 딸랑딸랑 울리는 풍경소리에 속세의 찌든 때가 맑은 바람에 씻기는 듯했다. 산사의 고요함은 내 마음이 번잡스러울수록 더욱 진하다. 대웅전 앞 줄줄이 매달린 등을 보며 마음이 울컥해진다. 저 등에 걸린 수많은 기원들, 밤이면 저 등을 단 중생들의 소원이 자신의 불 밝힐 것이다. 두 손 모아 절을 하며 어쩌면 부처님보다 저 등이 더 크게 보이면 어쩌나 하는 생각을 해 본다. 부처님이야 귀와 눈이 무량하여 모든 것을 다 헤아려 보시겠지만....
전원목의 「등을 켜고」라는 시를 읽으며 인류에게 큰 깨달음을 주신 부처님의 연기를 다시금 생각해본다. 그가 없으면 나가 어디 있으며, 나가 없으면 너가 어디 있으랴. 나 하나의 등에 갇히지 않는 깨달음과 자비심을 생각하며 말없이 부지런히 흘러가는 냇물과 함께 내려왔다.(*)

경산인터넷뉴스(ksi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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