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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 / 십자가의 성 요한
[원시인의 시로 여는 세상]
기사입력 2024-04-13 오전 9:25:03

모든 것
십자가의 성 요한
모든 것을 맛보고자 하는 사람은
어떤 맛에도 집착하지 않아야 한다.
모든 것을 알고자 하는 사람은
어떤 지식에도 매이지 않아야 한다.
모든 것을 소유하고자 하는 사람은
어떤 것도 소유하지 않아야 하며,
모든 것이 되고자 하는 사람은
어떤 것도 되지 않아야 한다.
자신이 아직 맛보지 않은 어떤 것을 찾으려면
자신이 알지 못하는 곳으로 가야 하고,
소유하지 못한 것을 소유하려면
자신이 소유하지 않은 곳으로 가야 한다.
모든 것에서 모든 것에게로 가려면
모든 것을 떠나 모든 것에게로 가야 한다.
모든 것을 가지려면
어떤 것도 필요로 함이 없이 그것을 가져야 한다.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류시화/열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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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가의 성 요한(Joannes a Cruce)은 16세기 에스파냐의 수사이며 신비주의적 영성가로 가톨릭 성인이다. 그가 남긴 「모든 것」이라는 시는 통찰력과 직관의 눈으로 우리를 삶의 근원으로 이끈다.
삶의 근원은 삶의 본질이며 삶의 완성이다. ‘모든 것을 맛보고자 하는 사람은/어떤 맛에도 집착하지 않아야 한다.’는 그의 잠언 같은 첫 시구는 눈앞의 것을 좇아 허둥대는 우리를 멈추게 한다. ‘어떤 맛’에 집착하는 순간 우리는 그 맛에 종속될 수밖에 없고 그 외의 맛은 ( )밖으로 내쳐지게 된다. 단맛에만 길들여진 사람은 쓴맛의 맛을 즐길 수 없으며, 짠맛에만 길들여진 사람은 심심한 맛의 깊이를 느낄 수 없는 것이 인생이다. 마찬가지로 ‘모든 것을 알고자 하는 사람은/어떤 지식에도 매이지 않아야’ 하며, ‘모든 것을 소유하고자 하는 사람은/어떤 것도 소유하지 않아야’ 한다는 그의 명징한 역설은 우리를 진리로 이끈다.
그 어떤 것을 소유하는 순간 그 소유가 차지하는 공간으로 다른 것이 들어설 공간이 사라지게 되므로, 그의 비움의 철학은 ‘모든 것’을 얻기 위한 채움의 철학으로 바뀐다. ‘모든 것’은 그가 믿는 하느님이며, 삶의 정수이며, 우주의 충만한 영이었을 것이다. 그에게서 하느님은 ‘모든 것’이며 ‘참다운 영혼’이며 ‘삶의 원리’이다. 우리가 진정 ‘모든 것’을 얻기 위해서는 ‘모든 것에서 모든 것에게로 가’야 하며, ‘모든 것을 떠나 모든 것에게로 가야 한다.’는 그의 역설에 귀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
오늘날 우리들은 한낮의 분주함과 욕망의 공허 속에 헛돌고 있다. 그러나 다행이도 밤이 되면 그 몸부림에서 다시금 부유물질들이 가라앉듯 차분히 우리의 영혼이 정화됨을 느낀다. 그가 사랑한 ‘어둔 밤’처럼, 그의 시처럼....
모든 것을 가지려면
어떤 것도 필요로 함이 없이 그것을 가져야 한다.

경산인터넷뉴스(ksi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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