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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안개 / 차회분
[원시인의 시로 여는 세상]
기사입력 2024-03-31 오전 9:52:17

겨울 안개
차회분
휘청
강바닥까지 내려가서 제 몸을 꺾어보는 거
보이고 싶지 않은 울음의 맨살을 더듬어
꼭꼭 박음질하는 거
겹겹 당신을 봉합했던 오전 아홉 시의 기록에
팽팽한 균열 속으로 침몰하는 고요라고 쓴다
기록할 수 없는 무효도 함께 적었다
칼에 벤 것도 불에 덴 것도 아닌 걸
십자가는 어디에도 없었고
당신은 태어나자 말자 늙었어야 했다고 적었다
겨울안개 속으로 무너지는 첩첩산중이다
대구문학 191호(2024.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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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회분 시인의 「겨울 안개」는 겨울 안개의 이미지를 차용하여 화자 자신의 사랑과 이별의 심정을 함축적으로 표현한 시다.
사랑하는 이는 지금 곁에 없고 창밖엔 겨울 안개만이 자욱하다. ‘강바닥까지 내려가서 제 몸을 꺾어보는’ 겨울 안개처럼, ‘보이고 싶지 않은 울음의 맨살을 더듬’다 자신의 아픔을 ‘꼭꼭 박음질하’기 시작한다. ‘오전 아홉 시’가 되어도 천지가 아득한 겨울 안개처럼 내가 사랑했던 당신을 나는 겹겹으로 봉합한다. 봉합하면 할수록 안개 속처럼 더욱 ‘침몰하는 고요’만이 적막하다. 사랑했지만 그 어디에도 기록해 둘 수 없는 ‘무효’의 시간만이 흐른다. 안개처럼... 걷히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그러나 화자에게는 너무나 큰 아픔이다. ‘칼에 벤 것도 불에 덴 것도 아’니지만 그 보다 더 아픈 상처를 지녔다. 그러나 나를 구원해줄 ‘십자가는 어디에도 없었고’라고 한다. 그리하여
-당신은 태어나자 말자 늙었어야 했다-
라고 토로한다. ‘당신은 태어나자 말자 늙었어야 했다’라는 말은 당신은 늙지 않았다는 말이다. 이는 나에게 와서 태어난 당신은 나에게서 늙어야 했지만 당신은 젊어 떠났다는 말을 함축하고 있는 것이다. 사랑하는 당신을 꼭꼭 잡아두고 싶은 심정을 이렇듯 절박하게 노래하고 있는 것이다.
이 모든 사실이 ‘겨울안개’처럼 ‘속으로 무너지는 첩첩산중’임을 고백하는 절절한 사랑의 노래이다.(*)

경산인터넷뉴스(ksi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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