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최종편집일 2026-06-22 오후 2:20:00

  • i 전시관

만두 - 시를 위하여 / 손진은
[원시인의 시로 여는 세상]

기사입력 2024-02-17 오전 10:55:09






만두 - 시를 위하여

                         손진은

 

 

나는 속이 어른어른 비치는 만두를 좋아한다

모양을 빚기도 전에 굳어버린 반죽,

너무 많은 재료를 쑤셔넣어

속살 터진 건 재미가 덜하지

햇볕에도 그늘에도 쉬 속을 보이지 않는

피를 한 입 베어 물면

으깨진 재료들이

차려놓은 오늘의 식탁이 보인다

?

제 살 닳아버린 줄도 모르고

해와 달, 다른 데서 온 낯선 것들이

둥글게 부풀어 숨죽이는

그 고통과 설렘이 살짝 익은 것이

만두에는 들어 있어야 한다

한 입에 쏙 들어가지만

아까워 단숨에 먹지 못하거나

먹고 난 뒤에도 입속에 가슴 속에

열두 광주리의 풀무로 부풀어오는 것

?

잘 빚어진 것 같지만

다른 이가 배달한

숨도 죽지 않은 재료를 잔뜩 넣은 얼굴

쓰레기 단무지를 잔뜩 넣은 얼굴

만두는 그런 게 아니지

해와 달 그림자와 이슬,

천천히 그들 키운 것들의 상처와 고통, 한숨도

둥글게 아름작거리는 마음의 형상

마침내 난 꿈꾸지

여백 깊은 쟁반 하나가 화동그라니 받쳐든

지구라는 부푼 만두 하나를

 

?

-------------------------------------------------------------------------------------------

 

 

만두는 한 입에 쏙 들어가야 한다. 만두는 투명한 속살이 어름어름 비쳐야 제 맛이 난다. 거기에다 시인은 제 살 닳아버린 줄도 모르고/해와 달, 다른 데서 온 낯선 것들이/둥글게 부풀어 숨죽이는/그 고통과 설렘이 살짝 익은 것이/만두에는 들어 있어야 한다라고 노래하고 있다.

 

이 정도는 되어야 만두의 참맛을 느끼는 미식가가 되나 보다. 시인에게 만두는 중용인가 보다. 크기도 빛깔도 삶의 고락도 적당히 밴 만두여야 하니 말이다.

 

손진은 시인의 만두를 읽고 있으면 세 가지 만두가 떠오른다. 첫째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투명한 만두이고, 두 번째는 해와 달 그림자와 이슬이 들어 있는 지구라는 부푼 만두가 떠오른다. 그리고 마지막 만두는 상처와 고통, 한숨둥글게 아름작거려투명하고 넉넉한 시인의 만두가 떠오른다.(*)



 


 

 

 

 

경산인터넷뉴스(ksinews@hanmail.net)

댓글

스팸방지코드
 [새로고침]
※ 상자 안에 있는 숫자를 입력해주세요!
0/200

최근 많이 본 기사

<a href="/black.html">배너클릭체크 노프레임</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