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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두 - 시를 위하여 / 손진은
[원시인의 시로 여는 세상]
기사입력 2024-02-17 오전 10:55:09

만두 - 시를 위하여
손진은
나는 속이 어른어른 비치는 만두를 좋아한다
모양을 빚기도 전에 굳어버린 반죽,
너무 많은 재료를 쑤셔넣어
속살 터진 건 재미가 덜하지
햇볕에도 그늘에도 쉬 속을 보이지 않는
피를 한 입 베어 물면
으깨진 재료들이
차려놓은 오늘의 식탁이 보인다
?
제 살 닳아버린 줄도 모르고
해와 달, 다른 데서 온 낯선 것들이
둥글게 부풀어 숨죽이는
그 고통과 설렘이 살짝 익은 것이
만두에는 들어 있어야 한다
한 입에 쏙 들어가지만
아까워 단숨에 먹지 못하거나
먹고 난 뒤에도 입속에 가슴 속에
열두 광주리의 풀무로 부풀어오는 것
?
잘 빚어진 것 같지만
다른 이가 배달한
숨도 죽지 않은 재료를 잔뜩 넣은 얼굴
쓰레기 단무지를 잔뜩 넣은 얼굴
만두는 그런 게 아니지
해와 달 그림자와 이슬,
천천히 그들 키운 것들의 상처와 고통, 한숨도
둥글게 아름작거리는 마음의 형상
마침내 난 꿈꾸지
여백 깊은 쟁반 하나가 화동그라니 받쳐든
지구라는 부푼 만두 하나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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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두는 한 입에 쏙 들어가야 한다. 만두는 투명한 속살이 어름어름 비쳐야 제 맛이 난다. 거기에다 시인은 ‘제 살 닳아버린 줄도 모르고/해와 달, 다른 데서 온 낯선 것들이/둥글게 부풀어 숨죽이는/그 고통과 설렘이 살짝 익은 것이/만두에는 들어 있어야 한다’라고 노래하고 있다.
이 정도는 되어야 만두의 참맛을 느끼는 미식가가 되나 보다. 시인에게 만두는 중용인가 보다. 크기도 빛깔도 삶의 고락도 적당히 밴 만두여야 하니 말이다.
손진은 시인의 「만두」를 읽고 있으면 세 가지 만두가 떠오른다. 첫째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투명한 만두이고, 두 번째는 ‘해와 달 그림자와 이슬’이 들어 있는 ‘지구라는 부푼 만두’가 떠오른다. 그리고 마지막 만두는 ‘상처와 고통, 한숨’을 ‘둥글게 아름작거려’ 투명하고 넉넉한 시인의 만두가 떠오른다.(*)

경산인터넷뉴스(ksi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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