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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뚜라미 읽는 밤 / 정경화
[원시인의 시로 여는 세상]

기사입력 2024-02-03 오전 10:40:38






귀뚜라미 읽는 밤

                          정경화

 

 

벽과 벽 그 틈새로 화살들이 발사된다

높지도 낮지도 않는 그 보법 그대로다

처서의 문전에 꽂힌 저 따끔한 전율들

 

빈 촉에 묻은 것이 과연 울음뿐인지

고요의 봉기이며 어둠의 노역인지

아무나 얻을 수 없는 천만 가지 답인지

 

별과 별 사이사이 여전히 쏟아진다

암시도 반전도 없는 저들만의 으뜸화음,

서늘한 달빛을 보챈 활시위를 거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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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뚜라미 읽는 밤은 정경화 시인의 시조집 눈물값에 있는 한 편이다. 3수로 된 이 시조는 가을 귀뚜라미 울음소리를 듣는 시적 자아의 심상을 그리고 있다.

 

첫째 수에서는 벽과 벽 사이에서 들리는 귀뚜라미 울음소리를 촉각적인 심상인 화살들의 발사로 감각을 참신하게 전이시키고 있다. 이 감각의 전이는 단순한 이미지의 전이만이 아니라, 셋째 수 마지막 종장에서 볼 수 있듯이 시적 화자의 가슴에 화살처럼 박히는 역할을 해주는 데 더 의미가 있다.

 

둘째 수에 가면 이 귀뚜라미 울음소리에 대해 다양하게 질문한다. ‘단순한 울음인지아니면 한밤의 고요에 대한 봉기인지, 그것도 아니면 어둠을 더욱 어둠이게 하는 노역인지, 그도 저도 아니면 아무나 얻을 수 없는 천만 가지 답인지라고 사색한다. 그렇지만 첫수의 종장에서 이미 말한 것처럼 화자의 가슴에는 처서의 문전에 꽂힌 따끔한 전율이라고 전제하고 들어간다.

 

셋째 수에 가면 이 귀뚜라미 울음소리를 시적 화자의 방에 가두어 두지 않고, ‘별과 별 사이사이 여전히 쏟아진다라고 하여 우주적으로 확산시킨다. 또한 암시도 반전도 없는 저들만의 으뜸화음,’이라 하여 우주적 근원 질서와 영원함을 상징하는 듯하다. 그리하여 뱉어낸 시적 화자의 마지막 구절은 우리들의 삶을 돌아보고 성찰케 한다. 얼마나 우리는 달빛을 향해 끊임없는 활시위를 당겼던가’, ‘하늘을 향해 얼마나 보채었던가라고. 세상일, 될 것은 되고 안 될 것은 안 된다. 그 부질없던 것들에 대한 반성과 성찰의 자세를 지닌 시적 화자의 태도 앞에 다시금 우리의 삶을 되돌아본다. 인간의 삶 역시 귀뚜라미 소리처럼 으뜸화음이어야 한다는 것을 넌지시 던지는 듯하다. (*)

 

암시도 반전도 없는 저들만의 으뜸화음,

서늘한 달빛을 보챈 활시위를 거둔다




 

 

 

경산인터넷뉴스(ksi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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