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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병 / 공광규
[원시인의 시로 여는 세상]
기사입력 2024-01-13 오전 9:28:10

소주병
공광규
술병은 잔에다
자기를 계속 따라 주면서
속을 비워간다
빈 병은 아무렇게나 버려져
길거리나
쓰레기장에서 굴러다닌다
바람이 세게 불던 밤 나는
문 밖에서
아버지가 흐느끼는 소리를 들었다
나가보니
마루 끝에 쪼그리고 앉은
빈 소주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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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광규 시인의 「소주병」은 아버지라는 존재의 힘들고 고달픈 삶을 노래하고 있다. 1,2연에서 ‘소주병’ 이야기를 하다, 3연에 가면 시적 전환을 시도한다. 아버지의 삶을 무생물인 소주병이라는 대상물에 전이시켜 형상화하고 있는 것이다.
한 사람에게 ‘아버지’라는 존재는 너무나 큰 존재이다. 그 이유는 오직 자식을 위해 자기를 비워가는 존재이기 때문이리라. 시의 첫 연에서처럼 ‘술병은 잔에다/자기를 계속 따라 주면서/속을 비워가’는 존재가 아버지인 셈이다. 그러나 결국 그 ‘빈 병’은 자신의 몫을 다하고 언젠가는 굴러다니다 ‘바람이 세게 불던 밤’엔 문 밖에서 ‘흐느낄’ 것이다. ‘마루 끝에 쪼그리고 앉은/빈 소주병’. 우리의 아버지... 껍데기뿐인 우리의 아버지... 우리는 그 ‘아버지의 흐느낌’ 앞에 무릎 꿇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경산인터넷뉴스(ksi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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