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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킹 / 고명재
[원시인의 시로 여는 세상]
기사입력 2024-01-06 오전 11:08:28

바이킹
고명재
선장은 낡은 군복을 입고 담배를 문 채로
그냥 대충 타면 된다고 했다
두려운 게 없으면 함부로 대한다
망해가는 유원지는 이제 될 대로 되라고
배를 하늘 끝까지 밀어 올렸다
모터 소리와 함께 턱이 산에 걸렸다
쏠린 피가 뒤통수로 터져 나올 것 같았다
원래는 저기 저쪽 해 좀 보라고 여유 있는 척
좋아한다고 외치려 했는데
으어어억 하는 사이 귀가 펄럭거리고
너는 미역 같은 머리칼을 얼굴에 감은 채
하늘 위에 뻣뻣하게 걸려있었다
우리는 서로에게 공포가 되었다
나는 침을 흘리며 쇠 봉을 잡고 울부짖었고
너는 초점 없는 눈으로 하늘을 보면서
무슨 대다라니경 같은 걸 외고 있었다
삐걱대는 뱃머리 양쪽에서 우리는
한 번도 서로를 부르지 않았다
내가 다가갈 때 너는 민들레처럼
머리칼을 펼치며 날아가 버리고
네가 다가올 땐 등 뒤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즐겼다
뒷목을 핥는 손길에 눈을 감았다
교회 십자가가 네 귀에 걸려 찢어지고 있었다
내리막길이 빨갛게 물들어 일렁거렸다
네가 나를 똑바로 보고 있었다
그 순간 알았다 더는 바다가 두렵지 않다고
이 배는 오래됐고 안이 다 삭아버려서
더 타다가는 우리 정말 하늘로 간다고
날아가는 기러기의 등을 보면서
실눈 사이로 비집고 들어오는 너를 보면서
눈 밑에서 해가 타는 것을 느꼈다
벌어지는 입을 틀어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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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장은 낡은 군복을 입고 담배를 문 채로/그냥 대충 타면 된다고 했다/두려운 게 없으면 함부로 대한다’는 진술은 직관적이고 재미있다. 바이킹을 타는 자와 바이킹을 조종하는 자와의 입장은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그들에겐 두려운 게 없으며 신선한 것이 없다. 그들에겐 어제와 같은 하루일지라도 타는 이들에겐 호기심과 경이, 긴장과 떨림을 동반한 순간이고 오늘이다. 그런데 막상 타고 보니 삶은 장난이 아니다. ‘모터 소리와 함께 턱이 산에 걸리’고, ‘쏠린 피가 뒤통수로 터져 나올 것 같’은 세상이다. 즐겨보려 했는데 웬 걸 장난이 아닌 것이다. ‘너는 미역 같은 머리칼을 얼굴에 감은 채/하늘 위에 뻣뻣하게 걸려있었’고, ‘나는 침을 흘리며 쇠 봉을 잡고 울부짖’게 된 것이다.
고명재 시인의 「바이킹」은 시적 상상력과 시적 진술의 사실성이 뛰어난 작품이다. 우리들의 세상 삶을 <바이킹>이라는 놀이에 견주어 형상화하고 있는데, 롤러코스트 같은 세상 삶을 은유하고 희화화한다. 우리네 삶이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 삶인가를 보여준다. 삶을 즐기기엔 너무나 혹독한 세상, 우리는 이 세상을 그래도 놀이기구 타고 즐기듯 뛰어들지만, 삶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은 것이다. 애인과 함께 즐기려던 놀이가 돌연 죽음의 문 앞까지 가져가는 두려움과 공포를 직시한다. (*)
너는 초점 없는 눈으로 하늘을 보면서
무슨 대다라니경 같은 걸 외고 있었다

경산인터넷뉴스(ksi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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