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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 옆 복숭아나무 / 김정수
[원시인의 시로 여는 세상]
기사입력 2023-10-14 오후 1:26:03

공원 옆 복숭아나무
김정수
기차가 끊겨 공원이 되었다
사람을 뒤에 매달고 반려견들이
곰장어를 파는 가게 옆을
길게 지나가고 있었다
새 한 마리 날아와 앉지 않는 복사꽃이
무덤처럼 피어 있었다
저런 옹색으로도 꽃을 피울 수 있다니
시멘트에 발목이 잠겨
구두를 벗을 수 없었다
세상의 모든 속박과 고통이
뿌리로 스며들어
지하의 붉은빛을 끌어올려 있어도
없어도 그만인 빛깔의 그늘을
풀어놓았다
그 그늘에 둥지를 틀 듯
반려할 수 없는
날이 어두워지고 있었다
꽃잎이 지는 속도로 태양이 기울고
철로가 끊긴 길모퉁이에서
밤길을 잘게 쪼개
꽃잎 꽃잎마다 기차가 달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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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수 시인의 「공원 옆 복숭아나무」를 읽고 있으면 도시 현대인의 굴절된 삶과 한줄기 빛을 더듬어 볼 수 있습니다. 시의 화자는 지금 복사꽃이 핀 어느 공원을 거닐고 있습니다. ‘기차가 끊겨 공원이 되었다’라는 첫 구절을 통해서 보면 그 공원은 얼마 전까지는 아마 기차가 다니는 기찻길인 것 같습니다. 이제 그 기찻길이 사라지고 공원으로 변해 나무가 심어지고 사람들의 휴식공간이 되었습니다. 반갑고 즐거운 일입니다만 그 공원에 핀 복사꽃에는 정작 새 한 마리 날아와 앉지 않는다고 했으니 꽃이 꽃으로서의 역할을 다 하지 못함을 감지할 수 있습니다. 열매를 맺기 위해 활짝 핀 생명의 복사꽃을 무덤에 비유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복숭아나무는 존재 가치를 상실한 다름 아닌 시적 화자 자신이 아닐까요?
꿈을 가지고 시작한 도시생활이 자신의 꿈과는 반대로 자신을 억압하고 짓눌러 정작 꽃은 피웠지만 꽃이라고 할 수 없는 삶을 살고 있다는 뜻이겠지요. 옹색한 생활, 그렇다고 죽을 수도 없는 삶, 그러한 ‘속박과 고통’의 삶을 사는 현대도시인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복사꽃 붉은 빛을 저 땅에서 끌어올려 그늘을 만들고 있지만 꽃이 꽃이 아닌 것입니다.
어느덧 날은 어두워지고 ‘반려할 수 없는 날’이 저물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지나간 시간을 반려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지나간 것은 지나간 것으로 남을 뿐입니다. 그래도 시의 화자는 힘없이 서성이는 복사꽃 핀 공원을 거닐며 내일을 약속하며 희망을 심습니다. 가로등 불빛에 붉게 빛나는 그 꽃잎 한 장 한 장마다 지난날의 삶이었던 달리는 기차를 띄웁니다. 기차는 가야할 목적지가 있고 그 목적지까지 끊임없이 힘차게 달리는 존재이기 때문이겠지요.(*)

경산인터넷뉴스(ksi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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