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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빛 / 천상병
[원시인의 시로 여는 세상]
기사입력 2023-10-07 오전 8:44:54

꽃빛
천상병
손바닥 펴
꽃빛 아래 놓으니
꽃빛 그늘 앉아 아롱집니다.
며칠 전 간
비원에서 본
그 꽃빛생각 절로 납니다.
그 밝음과 그늘이
열렬히 사랑하고 있습니다!
내 손바닥 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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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하늘로 돌아가리라./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가서, 아름다웠다고 말하리라...”로 잘 알려진 「귀천」의 시인 천상병. 그의 삶은 가난과 고난의 가시밭길이었지만 그의 시는 아름답기 그지없습니다. <동백림 사건>으로 간첩으로 오인 받아 옥고와 고문의 후유증으로 한평생을 육체적 고통에 시달렸습니다. 그러나 그의 시는 역설적이게도 순수하고 천진했으니 더욱 우리들에게 애잔함을 가져다줍니다.
시 「꽃빛」은 그의 시 가운데 아름다운 시인의 마음이 가장 잘 표현된 작품 중에 하나가 아닌가 합니다. 자신의 손바닥을 펴서 꽃빛 그늘 아래 놓으니 그 꽃빛 그늘이 자신의 손바닥에 앉아 아롱진다고 노래합니다. 단순하지만 참 아름다운 구절입니다. 특히 더욱 감탄할 일은 3연에 있습니다. ‘그 밝음과 그늘이/열렬히 사랑하고 있습니다!/내 손바닥 위에서....’라는 구절은 우리의 일상적 사고를 전회 시킵니다. 내 손바닥 위에서 노닐고 있는 그 꽃빛 그늘을 내가 사랑한다는 의미를 이렇게 표현한 것으로 읽히지만 이 구절은 거기에서 머물지 않습니다. ‘열렬히 사랑하고 있’는 것은 내 손바닥 위에서 놀고 있는 ‘밝음’과 ‘그늘’입니다. 밝음과 그늘은 서로 상반되는 성격으로 서로 대척점에 서 있는 사유의 공간이지만 여기서는 서로 조화와 상생의 공간으로 탄생하고 있습니다. 마치 노자의 유무상생의 사유를 말하고 있는 듯도 합니다. 이 세상 모든 물질은 분별의식으로 인해 서로 나누고 갈라지게 되지만 하나의 사물, 여기서는 ‘꽃빛’과 ‘그늘’이 양음의 대척점이 아니라, 한 공간 안에서 우주를 새롭게 탄생시키는 상생의 아름다운 춤으로 읽혀집니다.
천상병 시인의 이러한 ‘꽃빛생각’에 힘입어, 우리네 삶도 이와 같이 이 우주 속에서 상생의 춤으로, 어우러지는 ‘꽃빛’이기를 ‘꽃그늘’이기를, 생각해보게 하는 아름다운 시간입니다.(*)

경산인터넷뉴스(ksi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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