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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의 비밀(繡의 秘密) / 한용운
[원시인의 시로 여는 세상]

기사입력 2023-08-26 오전 9:49:00






수의 비밀(秘密)

                                     한용운

 

 

나는 당신의 옷을 다 지어 놓았읍니다.

심의도 짓고 도포도 짓고 자리옷도 지었습니다.

짓지 아니한 것은 적은 주머니에 수놓는 것뿐입니다.

 

그 주머니는 나의 손때가 많이 묻었습니다.

짓다가 놓아두고 짓다가 놓아두고 한 까닭입니다.

다른 사람들은 나의 바느질 솜씨가 없는 줄로 알지마는 그러한 비밀은 나밖에는 아는 사람이 없습니다.

나는 마음이 아프고 쓰린 때에 주머니에 수를 놓으랴면 나의 마음은 수놓는 금실을 따러서 바늘 구녕으로 들어가고 주머니 속에서 맑은 노래가 나와서 나의 마음이 됩니다.

그러고 아즉 이 세상에는 그 주머니에 널 만한 무슨 보물이 없습니다.

이 적은 주머니는 짓기 싫어서 짓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짓고 싶어서 다 짓지 않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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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시인님, 오늘은 한용운 시인의 수의 비밀이라는 시를 읽어봅니다. 100년 전에 쓴 이 작품이 한 세기를 지나 지금도 우리들에게 울림을 주는 것은 단순히 남녀 간의 사랑을 읊은 이유 때문만은 아니겠지요? 가능하면 님의 침묵에 발표된 원문 그대로 옮겨 보았으므로 현대 맞춤법에 맞지 않는 부분도 있을 겁니다만 옛날의 구어체식 향기를 느낄 수 있어 좋은 점도 있습니다.

 

제목 수의 비밀에서 수놓다는 뜻을 지니고 있으니, 옷에 수를 놓는 이야기에 비밀이 있다는 뜻일 겁니다. 그 비밀의 문을 한번 열고 그의 시세계로 들어가 볼까요. 이 시의 앞부분은 그렇게 어렵지는 않습니다. 시의 화자인 당신을 위해 옷을 짓는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그런데 옷마다 주머니에 수를 다 놓지 않아 미완성의 옷인 채로 두고 있다고 합니다. 그 주머니에 자신의 손때가 묻었다는 것을 볼 때 무척이나 그 수를 놓기 위해 만지작거렸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시의 화자는 자신이 바느질 솜씨가 없어 그런 것은 아니다라고 합니다. 또한 다 수놓지 않은 것에 대해 비밀이 숨어 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오히려 수를 놓을 때 그 금실들이 들락거리는 바늘구멍으로 맑고 고운 노래가 흘러나와 나의 마음을 만든다고 하였으니 얼마나 수를 놓고 싶을까요? 그러나 시의 화자는 참고 기다리고 있습니다. 주머니에 넣을 만한 무슨 보물이 없기 때문이랍니다. 무슨 보물일까요? 아니 보물이 중요한 게 아니라 사랑하는 임이 부재한 상황에서 그 어떤 것도 보물이 될 수 없겠지요? 사랑하는 사람이 내 곁에 있을 때 세상의 모든 것들은 보물이 될 것입니다. 그리하여 시의 화자는 노래합니다.

 

이 적은 주머니는 짓기 싫어서 짓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짓고 싶어서 다 짓지 않는 것입니다

 

이 역설적인 시의 화자의 변호는 독자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합니다. 이 작은 주머니를 다 짓지 아니하는 것은 짓기 싫어서나 짓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임이 올 때까지 참고 남겨두고 마음으로 밤마다 짓고 있다는 뜻이겠지요. 옷의 모든 부분은 다 완성해 두고 오직 주머니에 수만 남겨두고 있습니다. 온다는 기별만 있으면 문만 두드리면 바로 수를 놓고 맞이하겠다는 다짐으로 여겨집니다. 진정, 온전한 옷은 그 옷을 입을 당신()이 있을 때 그 옷은 지어져야 한다는 의미이겠지요? 그때까지는 그 어떤 보물도 필요가 없습니다. 그대만이 진정 보물이니까요. 즉 진정으로 온전한 옷을 짓고 싶어서 지금 다 짓지 아니하고 남겨두고 있다는 뜻이겠지요.

 

민족적 독립의지가 강한 한용운의 이미지는 여성적 화자와 경어체 사용, 부정의 미학을 통한 역설적 어법을 통해 당신(, 조국)’을 향한 시의 화자의 강한 사랑의 열정을 더욱 깊게 하고 있습니다.(*)


 

 




 

 

경산인터넷뉴스(ksi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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