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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 / 신용목
[원시인의 시로 여는 세상]

기사입력 2023-07-08 오전 8:30:05






                                                        신용목

 

 

바람은 먼곳에서 태어나는 줄 알았다

 

태풍의 진로를 거스르는 적도의 안개 낀 바다나 계곡의 경사를 단숨에 내리치는 물보라의 폭포, 혹은 사막의 천정, 그 적막의 장엄

 

아랫목에 죽은 당신을 누이고 윗목까지 밀려나 방문 틈에 코를 대고 잔 날 알았다

 

달 뜬 밖은 감잎 한 장도 박힌 듯 멈춘 수묵의 밤 소지 한 장도 밀어넣지 못할 문틈에서 바람이 살아나고 있었다 고 고 고 좁은 틈에서 달빛과 살내가 섞이느라 바람을 만들고 있었다

 

육체의 틈 혹은 마음의 금

 

그날부터 한길 복판에서 간절한 이름 크게 한번 외쳐 보지도 못한 몸에서도 쿵쿵 바람이 쏟아져나왔다 나와 나 아닌 것 삶과 삶 아닌 것이 섞이느라 명치끝이 가늘게 번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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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은 어디서 불어오는 것일까요? 일반적으로 우리는 바람은 나와 먼 곳, 저 언덕 너머 어딘가에서 불어오고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시의 첫 구절처럼 바람은 먼 곳에서 태어나는 줄 알고 있습니다. ‘적도의 안개 낀 바다계곡의 물보라 폭포어디쯤, 또는 적막한 사막의 천정어디쯤에서 바람은 일고 있을 것이다라고 우리는 막연하게 믿고 받아들입니다.

 

그런데 시인은 노래합니다. 바람은 그렇게 먼 곳에서 탄생하는 것이 아니라 너무나 가까운 내 곁에서 내 안에서 일어나고 있음을 이야기합니다. ‘아랫목에 죽은 당신을 누이고 윗목까지 밀려나 방문 틈에 코를 대고 잔 날 알았다라고.

 

시의 화자는 지금 한평생 함께 한 당신을 보내고 그 죽음 앞에 있습니다. 죽은 당신을 아랫목에 뉘고 자신은 차가운 윗목에 누워 있으니, 바람이 어디서 일어나고 있는지 이제야 알겠다고 합니다. ‘고 고 고 좁은 틈에서일어나는 바람을 봅니다. 방 안은 시적 화자가 있는 공간이며 방 밖은 시적 화자 밖의 공간입니다. 평소 같으면 달이 뜬 방 밖의 공간은 은은하고 아름다운 공간이었겠지만, 지금 방 밖의 공간은 감잎 한 장도 박힌 듯 멈춘 수묵의 밤으로 그려집니다. 방 밖과 방 안은 별개의 공간이 아닌 것이죠. 시적 화자의 정서와 감정에 따라 두 공간은 정서적으로 같은 공간이 됩니다. ‘고 좁은 틈은 이 두 공간 사이에 있는 단순히 방문 틈만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과 인간 사이, ‘시적 화자당신사이의 틈을 말한 것일 겁니다. 물리적으로 한 공간 안에 있지만 이제 삶과 죽음이라는 두 공간은 너무나 먼 거리에 있는 틈이 되었습니다. 그 틈에서 바람이 일고 있음을 이제야 시적 화자는 깨닫습니다. 이 시에서의 바람은 단순한 자연의 바람이 아니라, 인간 세상의 삶을 흔드는 인생의 바람이겠지요.

 

신용목의 은 인간 내면에서 일어나는 고독의 바람을 노래한 비가입니다. 그 바람은 바로 육체의 틈 혹은 마음의 금에서 일어나고 있음을 인식하고 그 비통한 마음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그날부터 한길 복판에서 간절한 이름 크게 한번 외쳐 보지도 못한 몸에서도 쿵쿵 바람이 쏟아져나왔다 나와 나 아닌 것 삶과 삶 아닌 것이 섞이느라 명치끝이 가늘게 번져 있었다라고 말입니다.(*)
 


 

  


 


 

 

 

경산인터넷뉴스(ksi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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