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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도 척하는 것들 / 황봉학
[원시인의 시로 여는 세상]

기사입력 2023-04-01 오전 10:09:04






산에도 척하는 것들

                                     황봉학

 

 

길쭉한 바위 하나가

남근인 척 서 있다

 

그 옆에

생강도 아닌 생강나무가 생강 향기를 풍기며 서 있다

오이도 아닌 오이풀이 오이 향을 풍긴다

노루귀도 아닌 노루귀가 노루 흉내를 내고 있다

국수도 아닌 국수나무가 국수인 척 서 있다

화살도 아닌 화살나무가 화살인 척하고 있다

박쥐도 아닌 박쥐나무가 박쥐 흉내를 내며 서 있다

쥐똥도 모르는 쥐똥나무가 쥐똥을 주렁주렁 매달고 있다

 

그 곁으로

짝퉁 등산화들이

척척

척척척

걸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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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시인님, 우리나라 산과 들에 나는 풀이름, 꽃이름, 나무이름들은 무척 재밌습니다. 애기똥풀, 며느리밥풀꽃, 홀아비바람꽃, 노루오줌풀, 해오라기난초, 도깨비바늘, 너도밤나무, 꽝꽝나무, 물푸레나무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재밌고 맛깔 나는 이름들입니다. 이들 이름들은 하나같이 우리네 삶과 또 연계되어 있습니다. 또한 식물이 움직이는 동물과 연계되어 있기도 합니다.

 

황봉학 시인의 산에도 척하는 것들이라는 시에는 우리나라의 재밌는 풀이름 나무이름들이 등장합니다. 그런데 황봉학 시인은 이러한 우리나라의 풀이름 나무이름에서 다시 우리네 삶의 본 모습을 일깨워 줍니다. 사실 자연의 풀··나무이름들은 우리네 삶과는 별개로 존재합니다. 그러나 우리네 선조들은 이러한 하나의 풀이름에도 우리네 삶을 담아 정겹고 재밌고 해학적으로 힘든 우리네 삶을 정화시키고 있습니다. 그런데 황봉학 시인은 다시 이를 통해 인간 삶이 어떠해야 하는가를 또다시 뒤집어 환기시켜 주고 있습니다.

 

생강도 아닌 생강나무가 생강 향기를 풍기며 서 있, ‘오이도 아닌 오이풀이 오이 향을 풍기, ‘노루귀도 아닌 노루귀가 노루 흉내를 내고 있으며, ‘국수도 아닌 국수나무가 국수인 척 서 있, ‘화살도 아닌 화살나무가 화살인 척겨누고 있다고 합니다. 그렇습니다. 닮아서 붙인 이름이지만 그것 자체는 아닌 것이죠. 시인은 이를 통해 우리네 삶들이 또한 이렇게 진짜인 척 살아가는 것을 반성해야 함을 넌지시 알려줍니다. 이러한 풀과 나무 옆으로 짝퉁 등산화를 신은 인간들이 척척척/걸어간다고 하고 있으니 참, 통렬한 현대인에 대한 성찰입니다. 살면서 얼마나 우리들은 진짜인 척 살아가고 있었는지 다시금 돌아보게 합니다. 사이비 인생. 인간인 척 할 것이 아니라 인간이어야 함에도 인간인 척 살아가는 구둣발들은, ‘쥐똥도 모르는 쥐똥나무가 쥐똥을 주렁주렁 매달고 있는 것과 무엇이 다를까 생각해 봅니다.(*)


 


  


 

 

 

 

경산인터넷뉴스(ksi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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