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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디 / 전종대
[원시인의 시로 여는 세상]

기사입력 2023-01-28 오전 9:45:20






빈디

                    전종대

   

 

 

새야 새야 너는 어디로 가느냐

미간에 붉은 점을 찍은 새야

 

갠지스 강에 태양이 지고

검은 재들이 강물 속으로 헤엄쳐 갈 때

 

새야 새야 너는 입속에 아무것도 물지 않고

붉은 점의 눈을 가진 새야

 

눈과 눈 사이 세상은

눈썹과 눈썹 사이에 있다고

 

자작나무처럼 천 개의 눈을 달고

비틀비틀 눈밭을 걸어가는 나에게

 

너는 천천히 온다

단 한 개의 눈으로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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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시인님, <빈디>가 무엇인지 아시나요? 인도인들이 미간에 찍는 작은 붉은 점을 말하는데, 3의 눈, 신의 눈을 뜻한다고 합니다. 오늘날에는 단순히 여성들이 주로 얼굴 치장의 화장술로 하는 경우가 많겠지만, 그 본디의 뜻은 너무나 깊고 오묘한 우주적 진실을 담고 있는 듯합니다.

 

인간은 생로병사의 길을 걸어 마침내 우주 속으로 다시 환원될 때까지, 고통과 번뇌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 인간 존재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우리 인간은 두 개의 눈을 가지고 태어납니다. 하나의 눈으로만 세상을 바라본다면 거리감각과 지각적 인식이 둔해져 사물을 바로 보지 못하기 때문에 신이 인간에게 부여한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이 두 눈으로도 사물을, 세상을 바르게 보지 못하고 살아가는 것이 또한 인간 존재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인도인들은 제1의 눈인 육체적 눈으로는 사물을 제대로 판단하지 못하며, 2의 눈인 마음의 눈으로도 모자라 인도인들은 제3의 눈, 신의 눈이 필요함을 깨달았는지 모르겠습니다.

 

3의 눈인 신의 눈은 인간의 기준과 잣대로 보는 육체적·심적 눈이 아니라, 존재 자체를 존재로 바라보는 존재의 눈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인간이라는 존재는 살아가면서 스스로 개념을 만들고 그 개념 속에서 사물을 인식하며 살아갑니다. 그리고 자신의 눈으로 인식된 잣대로 모든 것을 판단하고 재단하기 시작합니다. 그리하여 그 잣대에 맞으면 좋다하고 그렇지 않으면 그르다하고 배척합니다. 그리하여 불교에서는 삼라만상을 상()으로 규정짓지 말고 무상(無相)으로 바라보라 하였을 겁니다. 무상이란 단순히 상이 없다는 의미가 아니라, 사물들의 개개의 상()이 영원하지 않으며 서로 관계맺음으로 맺어졌다 사라지는 것을 말합니다. 우리 인간 역시 그 무상의 울에서 벗어날 수 없는 존재이며, 그것을 깨닫게 되기 위해 먼저 무아(無我)의 경지에 이르러야 할 것입니다.

 

전종대 시인의 시 빈디는 바로 무아의 경지를 향한 구도자의 한 모습을 <>로 보고 노래한 시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미간에 붉은 점을 찍은 새는 자신의 두 눈만으로 세상을 보고 판단하는 중생이 아니라, 깨달음을 얻기 위해 신의 눈 빈디를 달고 날아가는 <(인간)>인 것입니다. 중생들은 인간이 지닌 으로 보는 세상만이 모든 것이 있는 양 착각하며 그 두 눈으로 세상을 재단하고 판단합니다. 그러나 참된 세상은 우리의 눈에 비친 세상이 아닙니다. ‘자작나무처럼 천 개의 눈을 달고도 우리는 비틀비틀 눈밭을 걸어갈 수밖에 없는 한계적 존재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개념적인 눈은 가지면 가질수록 더욱 더 존재를 존재 자체로 인식하지 못하고 그것을 소유하고자 할 뿐입니다. 그러한 우리에게 <빈디새>단 한 개의 눈으로 오지만 세상의 참된 모습과 진실을 아는 신의 눈을 가진 존재입니다. 철학자 하이데거의 말처럼 시인은 존재의 눈을 가진 존재입니다. 존재의 눈은 자신의 기준 속에서 벗어나 세상 모든 존재자들의 고유하고 성스러운 것을 발견하고 깨닫는 눈입니다. 이러한 눈은 비단 불교의 설법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기독교의 하느님의 눈, 성령의 눈이 여기에 해당될 것이며, 도교의 유무상생을 파악하는 도의 눈이나 유교의 양심의 눈 등도 모두 같은 맥을 지니고 있을 것입니다. 자신의 눈 즉 자기 기준으로 모든 것을 판단하고 재단하는 삶에서 벗어나, 신의 눈·영적인 눈·무아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살아가기를 바라는 염원의 노래로 읽혀집니다.(*)

 

새야 새야

미간에 붉은 점을 찍은 새야

너는

단 한 개의 눈으로 온다



 


  


 




 

 

 

경산인터넷뉴스(ksinews@hanmail.net)

댓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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