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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냥 / 임영조
[원시인의 시로 여는 세상]

기사입력 2022-12-17 오전 10:24:24






성냥

                                     임영조

 

 

아무도 모른다

그들이 출옥하면 또

무슨 일을 저지를지

도무지 알 수 없는 존재다

 

오랜 연금으로

흰 뼈만 앙상한 체구에

표정까지 굳어버린 돌대가리들

언제나 남의 손끝에 잡혀

머리부터 돌진하는 하수인(下手人)이다

 

어둠 속에 갇히면

누구나 오히려 대범해지듯

저마다 뜨거운 적의(敵意)를 품고 있어

언제든 부딪치면 당장

분신(焚身)을 각오한 요시찰 인물들

 

(주목받고 싶은 자의

가장 절실한 믿음은

최후의 만용일까?

의외의 죽음일까?)

 

그들은 지금 숨을 죽인 채

어두운 관() 속에 누워 있지만

한순간 화려하게 데뷔할

절호의 찬스를 노리고 있다

빛나는 출세를 꿈꾸고 있다.

 

- 갈대는 배후가 없다(세계사, 19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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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조 시인의 시 성냥을 읽고 있으면 한편으로 재미있기도 하고 한편으로 마음이 무거워지기도 합니다. 재미있는 것은 표현의 신선함과 시적 대상에 대한 자세한 관찰력에 우리들이 공감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마음이 무거워지는 것은 이 시가 다루는 내용이 참 암울하고 어두웠던 우리들의 시대와 사회상을 상징하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 시의 시적 대상은 <성냥>인데 오늘날에는 참 보기가 힘들어졌습니다. 지금도 성냥이 만들어져 유통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수십 년 전 우리들의 일상생활에 꼭 필요한 것이 성냥이었습니다. 특히 시골에서는 아궁이에 불을 지필 때면 성냥이 꼭 필요했습니다. 성냥갑 속에 든 성냥 한 개비를 끄집어내어 성냥갑에 성냥개비를 마찰시켜 불을 일으켜 추운 겨울을 났습니다. 그런 성냥을 시인은 구속과 자유, 억압과 탈출, 적의와 혁명이라는 우리들 사회적 이념과 연관시켜 노래하고 있습니다. 성냥갑 속에 든 한 개비 한 개비들의 성냥개비들은 감옥에 갇힌 죄수들입니다. '그들이 출옥하면 또/무슨 일을 저지를지/도무지 알 수 없는 존재'들이란 시구는 출옥의 순간 누구나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상상력을 자극합니다. ‘오랜 연금으로/흰 뼈만 앙상한 체구에/표정까지 굳어버린 돌대가리들이지만, 그들은 자유가 주어지는 순간 또 다시 자신의 머리부터 돌진하여 자신을 불태워버리는 존재들입니다. 그렇게 오래 갇혀 있다가 풀려나자마자 한 줌 불을 얻기 위해 자신을 분신시키는 성냥개비의 존재들은 도대체 어떤 존재들인가? 우리들에게 되묻고 있는 것 같습니다. 시인의 물음처럼 최후의 만용일까?/의외의 죽음일까?’ 아쉬움과 아련함이 배어나옵니다.

 

이 시가 1992갈대는 배후가 없다라는 그의 시집에 실려 있으니 시대적 배경을 미루어 짐작하건대, 1980년대 우리나라의 민주화의 역사적 아픔과 그 궤를 함께 하고 있음을 우리들은 짐작할 수 있겠습니다.

 

그들은 지금 숨을 죽인 채

어두운 관() 속에 누워 있지만

한순간 화려하게 데뷔할

절호의 찬스를 노리고 있다

빛나는 출세를 꿈꾸고 있다.

 

-성냥개비 같은 삶- 한 순간의 찬란한 불꽃을 위해 자신의 전존재를 내던지는 성냥을 추억하며 내일부터 찬바람이 불고 기온이 급강하한다는 일기예보를 들으며 정지 간을 뒤져 그 옛날 아리랑 성냥을 찾아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경산인터넷뉴스(ksi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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