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혀 - 젖은 것들은 욕망과 내밀하고 / 김미정
[원시인의 시로 여는 세상]
기사입력 2022-09-24 오전 7:30:11

혀
- 젖은 것들은 욕망과 내밀하고
김미정
밖으로 넘쳐 물컹거리는 문장이다
먼 길 돌아온 너의 끝이 둥글다
처음 보는 해안선이다
축축한 것을 찾아 떠나는 날들
너와 나, 수평선이 어긋나
투명한 감정을 파도 위에 올려놓고
둥글고 붉은 길이 미끄러진다
당신이 녹아 사라지고
나는 이제 겨우 모래해변에 도착한다
부드럽게 닿는 자리마다
처음 맛보는 바다가 깊어지고
몸 안으로 뜨거운 별들이 몰려온다
수면을 열고 흰 새가 날아가고 있다
—시집 『물고기 신발』, 천년의 시작,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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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가지는 기호의 의미잉여는 어느 선까지 나아갈 수 있을까? 김미정의 시 「혀」라는 작품을 읽고 있으면 그 깊이를 잘 가늠할 수 없어 더욱 그 의미가 깊어집니다. 그럴 듯하면서도 그렇지 않은 듯 의미의 경계선을 넘나드는 매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부제에서 보듯 이 시는 인간의 욕망을 혀를 통해 드러내고 있습니다.
‘혀’는 인간의 욕망을 가장 기호화하고 단순화시킨 상징적인 인체의 일부입니다. 시인은 ‘혀’를 몇 개의 비유로 드러냅니다. 첫째가 ‘밖으로 넘쳐 물컹거리는 문장’이라고 보았습니다. 늘 침에 의해 축축이 젖어 있는 그 혀는 물컹거리는 욕망의 문장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뒤이어 ‘처음 보는 해안선’이라고 하고 있습니다. 시각적으로 둥글게 돌아가는 해안선의 모습이며 해안선이니 물의 이미지를 품고 있어 첫 행의 ‘물컹거리는’ 시어와도 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처음 보는’이라는 수식어가 혀가 가지는 수많은 이들의 욕망을 대신하고 있습니다. 모든 이들의 혀에서 빚어지는 욕망들은 모두 상대에게는 처음 보는 것들일 수 있습니다. 상대와 나 모두 욕망의 혀들을 가지고 살아갑니다. 모두‘축축한 것을 찾아 떠나는 날들’을 살아가고 있는 셈이지요. 그러나 정작 그 수평선에서 서로의 욕망은 일치점을 찾지 못하고 서로 어긋나 서로의 감정은 파도처럼 출렁이기만 합니다. 그래서 서로는 동일화의 길을 걷지 못하고 서로 미끄러지는 붉은 길을 따라 걸을 수밖에 없습니다. 내 앞에서 ‘당신은 녹아 사라지고’ 또 당신 앞에서는 내가 반대로 녹아사라지겠지요. 이것이 어쩌면 현대인들의 욕망의 길이 아닐까요?
그리하여 각자 ‘모래해변에 도착하’고 부드러운 그 모래해변에서 바다를 처음 맛보고, 뜨거운 별들이 몰려오는 바닷가에서 각자 자신의 흰 새를 날려보는 삶을 살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혼밥을 먹고 혼숙하고 혼자 즐기는 현대인의 삶의 단면을 보는 듯합니다.(*)

경산인터넷뉴스(ksinews@hanmail.net)
댓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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