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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미시령 / 고형렬
[원시인의 시로 여는 세상]
기사입력 2019-07-06 오전 8:48:59

밤 미시령
고형렬
저만큼 11시 불빛 저만큼
보이는 용대리 굽은 길가에 차를 세워
도어를 열고 나와 서서 달을 보다가
물소리 듣는다
다시 차를 타고 이 밤 딸그락,
100원짜리 동전을 넣고 전화를 걸듯
시동을 걸고
천천히 미시령으로 향하는
밤11시 내 몸의 불빛 두 줄기, 휘어지며
모든 차들 앞서 가게 하고
미시령에 올라서서
음, 기척을 내보지만
두려워하는 천불동 달처럼 복받친 마음
우리 무슨 특별한 약속은 없었지만
잠드는 속초 불빛을 보니
그는 가고 없구나
시의 행간은 얼마나 성성하게 가야 하는지
생수 한 통 다 마시고
허전하단 말도 허공에 주지 않을뿐더러
- 그 사람 다시 생각지 않으리
- 그 사람 미워 다시 오지 않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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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시인님, 사랑했던 사람을 떠나보내고 홀로 밤 여행을 떠나본 적이 있으신지? 오늘 보는 고형렬의 「밤 미시령」은 캄캄한 밤 미시령을 오르며 사랑했던 사람을 놓아주는 이야기인 듯합니다. 홀로 차를 몰고 깊은 밤 미시령을 오르다 물소리를 듣고 밤하늘 달을 쳐다봅니다. 그러다 다시 차를 몰고 미시령을 오릅니다. ‘100원짜리 동전을 넣고 전화를 걸 듯’ 시동을 건다는 구절에서 떠나간 임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한 상황임을 눈치 챌 수 있겠군요. 휴대폰이 나오기 전 이야기인 듯 오래 전의 상황이지만 시의 화자는 시동을 전화 걸듯이 하고 다시 더 높은 고개 미시령을 향해 떠납니다.
모든 차들 앞세우고 굽어진 길 헤드라이트 불빛 굽이굽이 헤쳐 막상 미시령에 올라보니, ‘복받친 마음’은 ‘천불동 달처럼’ 떠 있습니다. 저 멀리 보이는 속초시의 불빛은 또다시 사랑했던 ‘그’의 부재함을 확인시켜 줄 뿐입니다. 속세를 떠나 한밤 중 고개를 오르지만 내려다보이는 현실은 더욱 ‘그’를 그리워하게 만들 뿐입니다. 도시의 불빛은 희끗희끗한 머리칼처럼 성성하게 어둠을 감싸고 투명하게 모든 것을 제시해주지는 않습니다. 그저 답답한 것은 ‘나’일뿐 그리하여 한밤 ‘생수 한 통’을 다 들이키고 ‘허전함’을 메웁니다.
- 그 사람 다시 생각지 않으리
- 그 사람 미워 다시 오지 않으리
마지막 이 두 구절이 나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생각에 머리칼이 성성해졌을까요? 다시는 그 사람 생각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그에 대한 최고의 복수요, 그 사람 미워 다시 이곳에 오지 않는 것이 그를 온전히 놓아주는 사랑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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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산인터넷뉴스(ksi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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