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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발 / 문태준
[원시인의 시로 여는 세상]
기사입력 2019-05-18 오후 1:10:47

맨발
문태준
어물전 개조개 한 마리가 움막 같은 몸 바깥으로
맨발을 내밀어 보이고 있다
죽은 부처가 슬피 우는 제자를 위해
관 밖으로 잠깐 발을 내밀어 보이듯이
맨발을 내밀어 보이고 있다
펄과 물 속에 오래 담겨 있어 부르튼 맨발
내가 조문하듯 그 맨발을 건드리자 개조개는
최초의 궁리인 듯 가장 오래하는 궁리인 듯
천천히 발을 거두어 갔다
저 속도로 시간도 길도 흘러왔을 것이다
누군가를 만나러 가고 또 헤어져서는 저렇게 천천히
돌아왔을 것이다
늘 맨발이었을 것이다
사랑을 잃고서는 새가 부리를 가슴에 묻고 밤을 견디듯이
맨발을 가슴에 묻고 슬픔을 견디었으리라
아-, 하고 집이 울 때
부르튼 맨발로 양식을 탁발하러 거리로 나왔을 것이다
맨발로 하루 종일 길거리에 나섰다가
가난의 냄새가 벌벌벌벌 풍기는 움막 같은 집으로 돌아오면
아-, 하고 울던 것들이 배를 채워
저렇게 캄캄하게 울음도 멎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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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시인님, 신발은 발을 감싸는 도구이지요. 모든 동물들의 발이 대지와 떨어져 존재할 수 없는 것처럼 인간 역시 발은 대지와 떨어져 존재할 수 없지요. 그렇기에 발은 거칠 수밖에 없었고 또 개체가 가지는 자신의 무게를 지탱해야 하는 중압감도 견뎌내야 하는 슬픈 존재였습니다. 이 힘든 존재에 인간은 신발이라는 발명품을 발견하였고, 해가 갈수록 이 신발은 더 편리하고 더 아늑한 집을 지어주게 되었습니다. 인간의 역사는 어쩌면 신발의 역사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시인은 신발이 없는 발에 대한 이야기를 합니다. 맨발에 대한 조문을 하고 있습니다. 개조개 한 마리의 그 말랑한 맨발을 통해 부처의 맨발을 보았고 가진 것 없고 힘들게 벌어먹어야 하는 고단한 중생의 맨발을 보고 있습니다. 그 맨발의 움직임은 느립니다. 모든 것이 빠르게 움직이는 세상, 맨발은 뒷걸음치듯 천천한 걸음입니다. 그 발로 ‘탁발’을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도태로 향하는 진화의 발걸음일 뿐입니다. ‘움막 같은 몸’이니 ‘관’이니 ‘조문’이니 하는 시어들이 모두 이 과정의 길에 떨어지는 낙엽 같습니다. 그러니 그 ‘맨발’은 ‘사랑을 잃’을 수밖에 없겠지요. ‘맨발을 가슴에 묻고 슬픔을 견’딜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맨발’이여! 너는 왜 그렇게 사는가? 죽은 부처가 내민 맨발을 왜 그렇게 오래 붙들고 사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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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산인터넷뉴스(ksi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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