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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배생각 / 안상학
[원시인의 시로 여는 세상]

기사입력 2018-10-25 오전 8:36:10






아배생각

                          안상학

 

 

뻔질나게 돌아다니며
외박을 밥 먹듯 하던 젊은 날
어쩌다 집에 가면
씻어도 씻어도 가시지 않는 아배 발고랑내 나는 밥상머리에 앉아
저녁을 먹는 중에도 아배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 오늘 외박하냐?
-아뇨, 오늘은 집에서 잘 건데요.
-그케, 니가 집에서 자는 게 외박 아이라?

집을 자주 비우던 내가
어느 노을 좋은 저녁에 또 집을 나서자
퇴근길에 마주친 아배는
자전거를 한발로 받쳐 선 채 짐짓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야야, 어디 가노?
-……, 바람 좀 쐬려고요.
-, 집에는 바람이 안 불다?

그런 아배도 오래 전에 집을 나서 저기 가신 뒤로는 감감 무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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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시인님, 인간 삶의 수레바퀴에는 두 축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하나는 원심력이고 또 다른 하나는 구심력이라고 할 수 있지요. 원심력은 우리를 끊임없이 확장해 가려는 욕망이라면 구심력은 우리를 갈무리하고 내적으로 충만케 하는 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외적인 것을 찾아 떠나 자유와 비상을 향한 몸부림과 자신 안으로 침잠하여 고요히 충만의 기쁨을 향한 몸부림은 언제나 팽팽한 줄달음으로 우리를 이끌어 가고 있습니다.

 

여기 안상학의 아배 생각은 이 두 인간 본연의 모습을 해학과 반어와 찡한 울림으로 감동적으로 풀어내고 있습니다.

 

젊은 날은 누구나 그렇겠지만 구속되거나 한 자리에 가만히 있기를 거부합니다. 시의 화자 역시 뻔질나게집을 나가 돌아다니니 집에 혼자 있는 아버지로서는 당연히 못마땅해 하실 것입니다. 시적 화자의 잦은 외박일상이 된 아버지에게는 이제 그것이 일상이 되고, 아들이 모처럼 집에 와서 자는 것이 외박이 되었다는 역설적 발상은 우리를 웃게 하고 우리의 삶을 되돌아보게 합니다. 아들은 바람을 쐬기 위해 끊임없이 돌아다녀야 하는 저 객기를 아버지는 잠재우고 싶었을 것입니다. 여기서 아버지는 육친으로서의 아버지이지만 또 한 편 자신 안에 있는 구심력으로서의 자기 자아의 한 부분이기도 합니다. 바람을 향한 몸부림은 원심력으로 작용하고 그것을 바라보는 아버지는 안타깝게 또 생각합니다. ‘-, 집에는 바람이 안 불다?’ 아버지의 이 한 마디는 우리의 정수리를 땅 칩니다. 그렇습니다. 자신을 떠나 다른 곳에만 바람이 분다는 생각을 깨뜨리는 망치이기도 합니다.

 

원시인님, 이렇게 잔소리를 늘어놓던 아버지도 이제 저기 가신 뒤로는 감감 무소식이 되었으니 삶의 무상함을 또 한 번 느끼게 합니다. 그러나 우리의 뇌리에는 아버지의 그 잔소리가 오래도록 남아 그리운 것은 또 왜일까요? 부모의 잔소리는 인류 보편의 지침돌이 되는 가장 자잘한 시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시를 읽으며 내내 아버지와 아들의 대화 장면이 떠오릅니다. 그 대화 장면에 빙긋한 웃음이 얹히는 것은 또 왜일까요?




 






 













 

경산인터넷뉴스(ksi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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