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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봄 / 김지하
[원시인의 시로 여는 세상]
기사입력 2018-05-04 오전 8:54:06

▲ 그림 김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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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시인님, 오늘 아침엔 봄비가 내립니다. 창밖으로 제법 굵은 비가 내리고 나뭇가지들의 흔들림을 보니 바람도 붑니다. 며칠 전 화사하게 핀 벚꽃이 걱정이 됩니다. 아마 이 비가 내리고 나면 그 많던 꽃잎들도 꽃비가 되어 길을 하얗게 수놓겠지요. 그리고 자동차 뒤를 달리는 벚꽃잎들의 앙증맞은 마라톤 행렬도 보겠지요. 뭐니? 뭐니? 해도 봄의 상징은 벚꽃인가 봅니다. 순결함-화사함-황홀함으로 이어지는 봄의 시작은 올해도 그렇게 왔습니다. 그러나 그 황홀함의 순간은 그리 오래가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더욱 젖어드나 봅니다.
김지하의 ‘새봄’은 짧지만 아주 긴 여운을 남기는 시입니다. 화사한 벚꽃처럼 그리고 늘 푸른 솔처럼 우리들의 가슴에 깊은 삶의 철학을 담고 있는 시입니다. 시인은 ‘벚꽃 지는 걸 보고 푸른 솔이 좋다’는, 평범하지 않는 자연의 섭리를 발견합니다. 모두들 벚꽃의 화사함에 취해 있을 때 그는 화사하지는 않지만, 늘 그 자리에서 변함없는 모습으로 지키는 푸른 솔의 꿋꿋함에 눈을 돌립니다.
여기에서 머물렀다면 그렇게 큰 울림은 없었을 것입니다. 뒤이어 그 ‘푸른 솔 좋아하다 보니 벚꽃마저 좋아진다’는 구절이 이 시의 생명을 마치 공굴리기처럼 삶의 진리를 우리들에게 제공해 줍니다. 벚꽃과 푸른 솔은 이 시에서 상반되지만 이 상반된 존재들에 의해 상대의 존재의 존귀함을 발견하게 된 것이죠. 벚꽃의 화사함은 변화를 전제로 하고 있습니다. 그 아쉬움의 건너편에 우리 인간들은 영원함을 갈구하고 있으며, 또한 변함없는 무구함에 우리 인간들은 변화하는 삶의 기쁨을 찾고 있습니다. 이 두 존재는 각자의 상반된 개성을 지닌 존재입니다. 우리들은 상반된 존재들은 대척점에 있는 것으로만 이해하고 두 존재의 상생을 잘 생각하지 않지만, 시인은 이 두 존재의 존재 가치를 두 존재의 상반된 속성 때문이라는 걸 넌지시 우리들에게 알려 줍니다.
원시인님, 성격이 맞지 않아 어제 다투었던 이들을 다시금 한번 생각해 봅니다. 당신이 벚꽃이었다면 나는 푸른 솔이었고, 그대가 솔이었다면 내가 벚꽃이었음을…. 바람 불고 비 오는 오늘 이 봄날 아침 상반된 두 세계의 공존이 세상을 이루어감을 ‘새봄’을 통해 다시금 음미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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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산인터넷뉴스(ksi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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