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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해맥(海貊) / 박현수
[원시인의 시로 여는 세상]
기사입력 2017-11-28 오전 8:43:25

원시인님, 구체적이면서도 구체적이지 않고, 추상적이면서 추상적이지 않으며, 서사적이면서 서사적이지 않은 시 한 편을 대하였습니다. 그 묘한 경계선에서 시가 해초처럼 흔들릴 때 우리의 생각과 느낌도 출렁거리게 됩니다. 박현수의 해맥(海貊)은 묘한 표현과 상상력에 우리를 오래 머물게 합니다.
원시인님, 바다에 사는 모든 악령을 먹고산다는 상징적인 동물인 해맥(海貊)을 보셨는지요? 인간들이 뱉어 놓은 찌꺼기를 핥아 먹고 늘 싱싱하게 사는 상상의 동물 해맥은 오늘도 바다 어딘가에 살면서 세상의 악령들을 삼켜 세상을 정화시켜 가는지도 모릅니다. 동해 푸른 바다를 바라보며 걷는 모래사장…. 그 모래사장에 느닷없이 나타나 우리를 삼킬 것 같은, 소리도 없이 왔다 흔적도 없이 사라져 가는 바람 같은 파도, 해맥. 우리는 그 해맥이 그리워 그 여름 그렇게 바다를 찾는지도 모릅니다. 그 해맥이 다녀간 가을의 바다를 아무 말 없이 무연히 바라보며 모래사장을 거니는지도 모릅니다.
인간들의 발자국을 따뜻하게 감싸주는 바다. 그리고 부드럽게 쓸어버리고 다시 시작하는 바다에 시인은 해맥이 살아있다고 상상합니다. 그래서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은 그래도 이만큼이나마 존재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세상의 모든 찌꺼기, 세상의 모든 악령들은 이 바닷가에 와서 해맥에게 먹히고 분해되어 새롭게 흰 모래사장 같은 세상이 되는가 봅니다. 그러나 정작 우리는 그 해맥의 존재를 깨닫지 못하고 살아갑니다.
원시인님, 이제 동해 추암 앞바다에 가면 조용히 앉아 해맥을 기다려 봐야 하겠습니다. 하얀 혓바닥으로 모든 발자국이 어지럽게 찍힌 해변을 핥아먹고 부드러우나 재빠르게 돌아가는 해맥을 지켜봐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이 살아 움직이는 시인의 상상력을 또한 만나 봐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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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산인터넷뉴스(ksi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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