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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를 기다리며 / 안도현
[원시인의 시로 여는 세상]
기사입력 2017-09-08 오전 9:23:32

고래를 기다리며 / 안도현
고래를 기다리며
나 장생포 바다에 있었지요
누군가 고래는 이제 돌아오지 않는다, 했지요
설혹 돌아온다고 해도 눈에는 보이지 않는다고요,
나는 서러워져서 방파제 끝에 앉아
바다만 바라보았지요
기다리는 것은 오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기다리고, 기다리다 지치는 게 삶이라고
알면서도 기다렸지요
고래를 기다리는 동안
해변의 젖꼭지를 빠는 파도를 보았지요
숨을 한 번 내쉴 때마다
어깨를 들썩이는 그 바다가 바로
한 마리 고래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요
* 원시인님, 며칠 전에는 카드 빛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기사를 보고 마음이 착잡하였습니다. 그 사람도 한 때는 장생포 앞 바다에 서 있었겠지요. 끝없이 출렁대는 파도를 지겹도록 바라보았겠지요. 방파제 끝에 앉아 서럽게, 서럽게 바라보다 뜨거운 눈물을 흘렸겠지요. 뿌연 눈물 속에 비친 거대한 바다가 그에게 고래로 다가와 주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세상 모두가 절망하여 등 돌린 바닷가에서 오지 않을 고래를 기다리는 것은 어리석은 짓일까요. 원시인님, 우리의 삶에 기다림을 빼버리면 무엇이 남을까요. 만약에 기다린 것이 모두 우리에게 다가와 버린다면 우린 또 무엇을 위해 살아갈까요. 기다림은 머리를 하늘로 두고 걷는 이의 존재의 몸부림이 아닐까요.
때로 황량하고 거친 바다이지만 이제 그 바다가 한 마리 고래임을 깨닫게 될 수만 있다면 삶의 바다에 출렁거리는 우리의 삶도 맡길 수 있을 텐데 말입니다. 삶이란 기다림의 끝에 열린 열매를 따먹는 게 아니라, 눈물어린 열매를 가꾸는 일임을 오늘 아침 화분에 물을 주며 떠올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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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산인터넷뉴스(ksi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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