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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받이의 발명 / 배종영
[원시인의 시로 여는 세상]

기사입력 2022-05-14 오전 6:47:02






등받이의 발명

                                         배종영

 

 

의자는 누구든 앉히지만

스스로 앉아본 적은 없다

의자가 특히 이타(利他)적 사물인 것은

등받이의 발명 때문이다

사람의 앞이 체면의 영역이라면

등은 사물의 영역이지 싶다

 

기댄다는 것, 등받이는 혈족이나 친분의

한 표상이지도 싶다

갈수록 등이 무거운 사람들

등받이에 등을 부려놓고

비스듬히 안락을 느끼는 것이다

언젠가 본 등받이 없는 의자에 앉은

취한 남자가 끝까지 넘어지지 않는 것은

아마도 몸에 등받이 달린 의자 하나

들어 있지 싶었다

 

취약한 곳에는 대체로

이타적인 것들이 함께 있다

혈혈단신한테도 온갖 사물이 붙어있어

결코 혼자인 것은 아니지 싶다

등받이는 등 돌리는 법이 없듯이

나는 태어나자마자 어머니의 등에서

절대적인 등을,

등받이를 배운 사람이다

 

계산 없이 태어난 사물은 없지만

정작 사물은 계산하지 않는다

그래서 사물은

일상사 대부분의 표준이 된다.

 

<제12회 천강문학상 대상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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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시인님, 배종영 시인의 등받이의 발명이라는 시를 읽으면서 시가 사물의 본질을 직관하는 문학임을 다시금 깨닫게 됩니다. 사물인 의자에서 의자의 등받이를 발견하고 그 등받이를 통해 인간의 등받이를 유추해 나갑니다. 바깥의 사물에서 인간 내면의 세계로 옮겨지면서 그 등받이는 사라지지 않고 점점 더 따뜻이 기둥처럼 모든 인간의 삶을 지탱시켜 나가고 있습니다.

 

술에 취한 남자가 끝까지 넘어지지 않는 것은/아마도 몸에 등받이 달린 의자 하나/들어 있지 싶었다라는 구절에 이르면 사물과 인간의 관계가 별개의 존재가 아니라 하나의 유기적 관계로 재탄생 합니다. 또한 더 나아가 그 등받이는 다름 아닌 어머니라는 등받이로 나아갑니다. ‘나는 태어나자마자 어머니의 등에서/절대적인 등을,/등받이를 배운 사람이다라는 구절에 이르면 모든 인간존재의 근원적 모성성에 가 닿으며 언제나 받아줄 것 같은 고향 같은 느낌을 가지게 합니다.

 

이렇듯 시적 정서가 매우 따뜻하고 서정적인데도 이 시의 출발은 매우 객관적이고 차분하여 독자들을 이성적으로 접근하게 합니다. 그것이 오래도록 등받이에 대해 생각하게끔 하는 역할을 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이 세상 모든 사물은 계산 없이 태어난 사물은 없지만/정작 사물은 계산하지 않는다/그래서 사물은/일상사 대부분의 표준이 된다.’라는 구절에 오면 이제우리네 삶은 사물의 존재 방식을 배워야 할 듯합니다.(*)


 

 

 



 

 

경산인터넷뉴스(ksi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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