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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일 2022-07-02 오전 7: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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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벌레의 귀 / 조창환
[원시인의 시로 여는 세상]

기사입력 2022-02-19 오전 8:38:08






자벌레의 귀

                                 조창환

 

제 깜냥껏 허리를 힘껏 구부렸다 편 자벌레가

나뭇가지 속에서 두리번거리는 소리를 듣는다

나뭇가지 속으로 물 흐르는 소리 들리고

찍찍거리는 시계 소리 들린다

마른 풀 향기들이 깃털처럼 가볍게

떠오르는 소리도 들리고

흐린 그늘 밑에 가부좌 틀고 앉아

단전 호흡하는 양철 물고기 숨소리도 들린다

귓바퀴도 없고 귓구멍도 없는

자벌레 귀가 안 들리는 소리를 듣게 된 것은

평생을 오체투지하며 끓어 엎드려

무릎이 다 닳아 뱃가죽으로 기어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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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눈은 무엇을 듣고 시인의 귀는 어디까지 듣는 것인가? 조창환 시인의 자벌레의 귀라는 시를 읽으며 문득 드는 생각입니다. 시인은 허리를 힘껏 구부렸다 펴고 기어가는 자벌레를 통해 소리를 듣습니다. 그냥 보는 것이 아니라 이 시각적 심상을 통해 청각적 심상을 울려대고 있습니다.

 

나뭇가지 속으로 물 흐르는 소리를 듣는가 하면, ‘찍찍거리는 시계 소리도 듣고, ‘마른 풀 향기들이 깃털처럼 가볍게/떠오르는 소리도듣습니다. 심지어 절간 처마 밑에 가부좌 틀고 앉아/단전 호흡하는 양철 물고기 숨소리, 풍경소리도 듣습니다. ‘귓바퀴도 없고 귓구멍도 없는/자벌레 귀가 안 들리는 소리를 듣게 된 것은’ ‘오체투지하며 꿇어 엎드려/무릎이 다 닳아 뱃가죽으로 기어가기 때문이다라고 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미물인 저 한 마리 자벌레도 자신의 전존재를 다해 몸부림치면 그 울림은 그것에 머물지 않고 온 우주로 뻗어가나 봅니다. 시인은 바로 이점을 보고 듣는 것 같습니다. 온 우주의 울림, 조화, 상생의 원리는 제 각각의 존재의 모습으로 진실하게 돌아갈 때 눈이 열리나 봅니다.(*)



 

              

 

 

 

 

경산인터넷뉴스(ksi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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