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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역국 / 강일규
[원시인의 시로 여는 세상]

기사입력 2022-01-29 오전 7:51:26






미역국

                                강일규

 

 

 

산부인과 병원 근처엔 혼자 우는 울음이 많다

 

팔을 벌리고 부를 이름이 없어

한낮에도 울음이 바람을 끌어안고 멸망을 낳는다

 

저만치 뒤따라오던 아내가

전봇대를 붙잡고 이름 없는 이름을 부르며 울고 있다

 

미안

미안

 

건너편 정류장에서도

한 여인이 어리어리한 앳된 딸아이를 끌어안고 있다

 

괜찮아

괜찮아

 

대기실에서 마주쳤던

한 남자와 한 남자가 보호자란 인연으로

눈빛이 스칠 때마다 놓친 연과 놓은 연을 위로했다

 

아내의 울음이

자궁 밖으로 다 빠져나가길 기다렸다가

 

돌아오는 길에

소고기 반 근을 샀다

 

<2022 전남매일 신춘문예 시 당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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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일규 시인의 미역국2022년 전남매일 신춘문예 시 당선작입니다. 신춘문예라는 이름으로 새해를 장식하는 시들 중 많은 시들이 난해하여 많은 이들로부터 지적을 받는 작금의 시대에, 올해 시들 중 몇 작품은 그렇지 않으면서 새로움과 감동을 던져주고 있습니다. 그 중 한 작품이 강일규 님의 미역국입니다.

 

이 작품은 그리 어렵지 않은데 시의 화자인 남편은 아내와 함께 산부인과에 다녀오고 있습니다. 아내는 임신하여 아마 출산이나 정기검진을 받으러 갔나 봅니다. 그런데 그만 잘못되어 뱃속의 아기를 잃었나 봅니다. 그리하여 산부인과 병원 근처엔 혼자 우는 울음이 많다라고 하고 있겠지요. 이름도 짓지 못해서니 팔을 벌리고 부를 이름이 없는 것은 당연하겠지요. 출산의 기대에서 사산의 절망에 이르렀으니 저만치 뒤따라오던 아내가/전봇대를 붙잡고 이름 없는 이름을 부르며 울고 있는장면은 사실적이면서도 독자들로 하여금 마음을 아리게 합니다.

 

남편은 달래었겠지요. 그러나 아내의 울음은 그 어떤 위로도 달랠 수 없는 절대적 절망의 순간에서 나오는 비통이기에 시간만이 유일한 치유일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남편은 아내의 울음이/자궁 밖으로 다 빠져나가길 기다렸다가//돌아오는 길에/소고기 반 근을 샀다라고 토로합니다.

 

이 시의 매력은 여기에 있습니다. 너저분한 설명이 없습니다. 슬픔과 절망과 비통함의 감정들을 단지 몇 개의 시적 상황 제시만으로 간결하게 읊고 있습니다. 절제와 상상의 미학을 살리고 있습니다. 비록 아이는 얻지 못했지만 아내는 출산을 하였으니 미역국을 끓여먹어야 하겠지요. 행간에 번지는 따뜻한 사랑의 향기를 맡을 수 있습니다.(*)


 

 

 

              

 

 

 

 

경산인터넷뉴스(ksi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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