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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일 2022-07-02 오전 7: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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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에꽃 / 최두석
[원시인의 시로 여는 세상]

기사입력 2021-09-26 오전 9:22:54






성에꽃

                                           최두석

 

 

새벽 시내버스는

차창에 웬 찬란한 치장을 하고 달린다

엄동 혹한일수록

선연히 피는 성에꽃

어제 이 버스를 탔던

처녀 총각 아이 어른

미용사 외판원 파출부 실업자의

입김과 숨결이

간밤에 은밀히 만나 피워낸

번뜩이는 기막힌 아름다움

나는 무슨 전람회에 온 듯

자리를 옮겨다니며 보고

다시 꽃 이파리 하나, 섬세하고도

차가운 아름다움에 취한다

어느 누구의 막막한 한숨이던가

어떤 더운 가슴이 토해낸 정열의 숨결이던가

일없이 정성스레 입김으로 손가락으로

성에꽃 한 잎 지우고

이마를 대고 본다

덜컹거리는 창에 어리는 푸석한 얼굴

오랫동안 함께 길을 걸었으나

지금은 면회마저 금지된 친구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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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시인님, 아마 겨울 새벽에 버스를 타 본 사람이라면 이 시가 가슴에 절절이 와 닿을 겁니다. 특히 1980년대를 20대로 보낸 이라면...

 

버스 차창에 맺힌 성에를 보고 시인은 먼저 그것이 아름다운 성에꽃으로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 꽃을 피운 이들을 떠올립니다. ‘처녀 총각 아이 어른/미용사 외판원 파출부 실업자등 모두 우리 주변의 서민들입니다. 그들의 입김과 숨결이 밤새 찬 공기를 만나 이렇게 번뜩이는 기막힌 아름다움을 피워낸 것으로 봅니다. 그렇습니다. 사물은 사물인 채로 있습니다. 그 사물을, 사건을, 상황을, 누가 어떻게 보느냐 하는 것이 세상살이인 것이죠. 시인은 그 성에꽃에서 차가운 아름다움을 보고 있습니다. 꽃은 아름다워야 하는데 시인은 그 꽃에 차가운이라는 역설적 수식을 함으로써 우리의 이웃들의 삶의 애환을 불러일으킵니다.

 

그리고는 더 나아가 성에꽃 한 잎 지우고그 차창 너머를 통해 함께 길을 걸었던 친구를 떠올립니다. ‘지금은 면회마저 금지된 친구여,’라고 끝맺음으로 독자들의 가슴을 멍하게 합니다. 그 차가운 겨울 새벽, 친구는 아마 감방에서 외롭게 성에꽃을 피우겠지요.

 

엄동 혹한일수록

선연히 피는 성에꽃(*)





               






 




 

 

경산인터넷뉴스(ksi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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