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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산시농업기술센터, 업무시스템 ‘혁신’이 필요하다
기사입력 2022-05-17 오후 3:15:00
지난 4월 경상북도 농축산유통국은 역대 최고의 성과를 거두었다며 2022년 공모사업 선정현황을 발표했다.
발표에 따르면 4월까지 경북은 17개 공모사업에 선정되어, 총사업비 809억(국비 676억)을 확보했다. 시군 평균 35억(국비 29억)에 이른다.
그런데 경산시는 지역단위 푸드플랜 수립지원 연구용역 건 1건만이 선정됐다. 사업비는 1억, 국비는 5천만원에 불과하다.

경산시는 과수묘목·대추생산 전국 1위, 복숭아 전국 2위, 포도 전국 5위, 돼지 사육 도내 7위, 소 사육 도내 8위일 정도로 농업인구, 농업생산량 측면에서 도내 어지간한 시·군을 능가하는 농도이자, 전국 최고의 과수 주산지 중의 하나이다.
그러나 경산시농업기술센터의 국비 공모사업 선정은 매우 부진하다.
경산시농업기술센터에는 다른 시·군보다 우수한 인재로 평가받는 4개 과 74명의 공무원이 근무하고 있다. 이들이 실력이 부족하고 업무에 게을러서 실적이 저조할까. 아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일당백의 용사들을 오합지졸로 만드는 당나라 군대 같은 업무시스템 탓이 아닐까 싶다.
한 사례를 보자.
농림축산식품부에서 2005년부터 공모로 추진해오는 ‘과실전문생산단지 조성사업’이 있다.
이 사업은 사과, 배, 포도, 복숭아 등 과수 집단재배지(30ha 이상)를 사업지구로 선정해 2년에 걸쳐 관정개발을 통한 용수원 개발과 급수관로 설치, 경작로 확·포장, 용배수로 공사를 수혜 농업인의 부담 없이 전액 국비(80%)와 지방비(20%)로 ‘과실전문생산단지’를 조성한다.
경북도는 사업이 시작된 2005년부터 올해까지 총 1290억원의 사업비로 97개 지구에 4051ha의 과실전문생산단지를 조성해 과수생산의 기초체력을 튼튼히 했다.
경북도 내에 97개 지구의 과실전문생산단지를 조성했다는 것은 과수 주산지 시군들은 5~15개소 이상씩 이 사업을 추진했다는 소리다. 경산시와 유사한 복숭아 포도 주산지인 영천시는 13개 지구, 청도군은 6개 지구를 조성했거나 사업대상지로 선정되어 추진 중이다.
그러나 경산시는 현재까지 사업신청조차 한번 한 적이 없다.
2018년에 필자는 이 문제를 취재한 적이 있다. 아직도 그 당시 도청과 청도군의 담당 공무원, 경산시농업기술센터 담당라인의 반응이 선명하게 대비되어 떠오른다.
경산시와 청도군은 왜 국비가 80%나 지원되는 이 좋은 사업을 하지 않습니까? 라는 질문에.
도청 담당 왈, “경산이 사업 적지라 판단되어 경산으로 출장까지 가서 설명도 하고 신청을 권유했습니다. 그러나 신청을 않네요”
청도 신참 공무원 왈, “농업기술센타에 발령받아 업무를 파악하다가 이 사업이 청도 과수농가에 큰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대상 마을을 찾아다니며 주민들에게 설명했더니 모두 좋다고 하셔서 올해 처음으로 사업신청을 했고 선정되었습니다.”
경산 담당, “읍면에 시달하였습니다만 사업신청이 없습니다.” 팀장, “경산의 과수농가로부터는 계통출하 약정을 못 받습니다.” 과장·소장, 내년에는 추진하도록 노력해 보겠습니다.”
새내기 공무원의 내재적 동기로 시작된 청도군에서는 매년 2~3개 지구 60~90ha 이상의 과실전문생산단지가 농업인의 부담 없이 조성되고 있다.
반면 경산시의 과수 관수시설 설치사업, 과수 고품질 시설현대화사업(관수관비시설 등)의 사업은 대부분 국비 20%, 지방비 30%, 농업인 자부담 50%로 추진된다. 국비지원 80%의 사업은 제쳐두고 20% 지원사업을 하는 조직은 당나라 군대다.

▲ 경산시농업기술센터
또 하나의 사례를 보자.
경산시는 국비사업 확보 또는 공모사업 선정을 위해 시비를 들여 각종 기본계획수립용역을 하는 경우가 많다.
농업기술센터에서도 지난해 시비 5천만 원을 투입 ‘경산 노지스마트농업 시범사업 타당성 검토 및 기본구상 수립’이라는 연구용역을 시행했다.
이 용역은 안동시에서 시범사업으로 하고 있는 ‘노지스마트농업’ 사업을 벤치마킹하여 경산시도 안동시와 같은 국비 사업을 유치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그러나 연구용역 중에 해당 국비 사업이 폐지되어 시비 4천6백만 원이 투입된 용역은 무용지물이 됐다.
이 사례는 농업기술센터의 업무 관리자의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중간관리자든 최고 관리자든 용역사업 계획 추진 시 농림식품부에 시범사업의 사업화 가능성을 물어보는 등 선량한 관리자의 역할을 했더라면 혈세가 낭비되는 일은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공모사업 선정 부진과 다년간 개선이 없는 업무처리를 볼 때 경산시농업기술센터의 업무시스템은 혁신이 필요해 보인다.
공직은 과제 해결이 가져다주는 보상이나 벌이 미미하다. 더욱이 신분이 보장되어 있어 자칫하면 조직 구성원들이 무사안일에 빠지기 쉽다.
이러한 조직을 시민들을 위해 일하는 조직으로 만드는 것이 조직 관리자의 역할이요. 리더의 책무다.
유능한 인재들이 공직에 입문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공무원스럽다’ 라는 소리를 듣지 않도록 하려면, 업무처리에 있어 역할과 책임을 분명하게 하고 성과를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요즈음 우리나라에서 잘 나가는 기업들은 전자결재시스템에 메신져 기능을 설치하여 누가 어떤 의견을 제시하고, 어떤 의사결정을 내렸는지 모두 기록으로 남김으로써 기획자들이 결재와 유관부서 협의 과정에서 매번 기획안을 새로 만드는 폐해가 사라지고, 최적의 의사결정이 신속하게 이뤄지는 업무시스템의 혁신을 이루고 있다고 한다.
공직의 전자결재도 이렇게 하면 실무자들의 내부적 동기가 높아지지 않을까.
일을 하지 않으려는 핑계를 찾지 않고, 일을 하려는 방법을 찾는 선량한 관리자를 보임하는 일도 업무시스템 혁신만큼 중요할 것이다.
최상룡(ksi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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