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최종편집일 2026-06-22 오후 2:20:00

소 배를 갈랐다... 나는 공무원이기에
한 공무원이 전하는 구제역 살처분 경험담

기사입력 2011-01-12 오전 9:49:03

대한민국 전역에서 구제역과의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구제역 확산을 막기 위해 경기도는 물론, 강원, 충북, 충남, 경북 등 전국 각지에서 살처분된 소·돼지가 무려 100만 마리를 넘어섰다.

 

그 현장은 참혹하다. 가족처럼 키워 온 소·돼지를 죽여 땅에 묻는 농장주인들의 고통은 말할 것도 없고, 매일 수백, 수천 마리에게 독약을 주입하는 수의사들도‘트라우마’에 시달린다. 이 중 가장 힘든 일은 죽은 소의 배를 가르는 일. 배를 가르지 않고 매몰하면 땅 속에 가스가 차 폭발이 일어난다.

 

따라서 구제역 살처분 현장에서는 먼저 수의사가 독약을 주사해 소·돼지를 죽인 다음, 포크레인으로 땅에 파 묻기 전에 반드시 배를 가른다. 독약 투여는 수의사와 수의과 학생들이 하고 있지만, 죽은 소나 돼지의 배를 가르는 것은 공무원들의 몫이다.

 

그동안 인력 부족으로 수위직도 아닌 일반직 공무원들이 살처분 현장에 동원돼 배를 갈랐다.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은 그 고충을 모른다. 마침 한 공무원이 용기를 내 자신의 경험담을 털어놨다. 경기도청 홍보담당관실 행정7급 공무원인 김종기(40) 씨다.

 

2000년 수원시청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한 김씨는 올해 11년차 공무원이다. 성탄절 전날인 지난달 24일 도청 공무원 19명과 함께 그는 긴급 방역지원 요원으로 차출돼 연천군 구제역 현장에 투입됐다.

 

▲ 경기도청 홍보담당관실에서 근무하는 김종기(40)씨

 

“현장으로 가는 버스 안에서 속옷까지 다 벗고 방역복으로 갈아 입는데 현장 담당자가 그러더군요. ‘공무원들이 직접 살처분 작업을 해야 한다. 죽은 소의 배를 갈라 땅에 묻어야 한다. 오늘 다하지 못하면 내일까지라도 해서 작업을 마쳐야 한다’고요. 그러면서 ‘비위 좋은 분이 앞장서서 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습니다.

 

세 시간을 달려 도착한 곳은 젖소농가였어요. 농가주인은 10년 동안 애써 키운 소 53마리가 구제역에 걸리지도 않았는데 바로 옆 농가에서 구제역이 발생해 예비적으로 살처분해야 한다는 데 몹시 화가 나 공무원들에게 욕설까지 섞어 항의했습니다.

 

옆에서 보는 저도 정말 안타까웠어요. 그 입장이라면 저도 그랬을 것 같아요. 그렇게 화를 내시다가 나중엔 울면서 하소연하는데 더 마음이 아팠습니다. 다가가 위로해주고 싶었지만 싫어하실 것 같아 차마 그러지는 못했어요.

 

축사 앞에 파놓은 구덩이 근처에 대형비닐을 까는 일부터 시작했어요. 이어 독약을 주사한 소가 쓰러지기 전에 축사 앞으로 몰았습니다. 2분 정도 지나 소가 쓰러지면 포크레인이 대형비닐 위로 소를 옮겼습니다. 그 다음 제 차례였어요. 손에 쥔 무쇠 낫으로 소의 배를 힘껏 찍어 20㎝ 정도를 갈랐어요. 내장이 쏟아져 나올 정도로 찍어야 해서 금세 팔과 다리가 저렸습니다.

 

그날 살처분된 소 45마리 중 35마리의 배를 제가 갈랐습니다. 저를 비롯한 공무원들이 힘들게 소의 내장을 쏟아내는 모습을 지켜보던 군부대 관계자가 ‘그렇게 일일이 낫으로 힘들게 하지 말고 총으로 몇 방씩 쏘는 게 낫지 않을까요?’라는 의견을 내기도 했지만 그럴 수는 없는 일이었습니다.

 

구제역 살처분, 특히 소의 배를 가르는 일은 누구도 하고 싶지 않은 일일 겁니다. 그러나 아무리 힘들어도 공직자이기 때문에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안 했다면 다른 동료가 했겠죠. 메스껍다는 생각도 할 겨를이 없었어요.

 

다만, 걱정되는 건 제가 작업하는 것을 주인이 보면 어떡하나였죠. 어떻게 보면 소를 제가 죽인 셈인데 직접 확인하면 정말 마음이 아프겠다하는 생각이 떠나지 않더군요. 10년 동안 자식처럼 키운 소를 다 잃었는데 이 농가가 다시 일어서려면 얼마나 힘이 들까하는 걱정도 들었고요.”

 

하루 종일 농가에서 매몰작업을 하고 난 뒤 김종기 씨가 집에 도착했을 땐 이미 밤 12시가 훌쩍 넘어 있었다.

 

그는 성탄절 선물을 아들 머리맡에 놔두며 하루빨리 구제역이 종식되기를, 피해를 입는 농가가 더 이상 생기지 않기를 기도했다. 물론, 가족들은 그가 그날 밤 어떤 일을 했는지 전혀 모른다.

 

 

 

 

 

 

     경산인터넷뉴스는 참신한 시민기자를 모집하오니 많은 참여 바랍니다.

시민과 함께 지역정보를 이끌어가는 ⓒ경산인터넷뉴스 www.ksinews.co.kr

기사제보 ksinews@hanmail.net

☎053)811-6688/ Fax 053)811-6687

경기인터넷뉴스(ksinews@hanmail.net)

댓글1

스팸방지코드
 [새로고침]
※ 상자 안에 있는 숫자를 입력해주세요!
0/200
  • 훌 선
    2011-01-12 삭제

    앞으로 공무원님들 존경할겁니다,정말 수고가 많으시네요

최근 많이 본 기사

<a href="/black.html">배너클릭체크 노프레임</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