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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핏대’의 공직 ‘영令’ 세우기
‘기준과 원칙’에 입각한 인사만이 ‘누워서 크는 콩나물’을 일으켜 세운다.
기사입력 2018-08-20 오후 2:56:25

▲ 경산시는 2017년 경북도 민원행정평가에서 민원행정 부문 최우수상, 인허가 부문 우수상을 수상했다.
연초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경제회복을 위한 과제로 ‘공직자의 보신주의’가 거론된 적이 있다. 이는 공직자들의 몸 사리기 복지부동이 국가경제를 어렵게 하고 있다는 정부의 자기고백과 다름없다.
공무원들에게는 공익을 위해 흔들림 없이 일할 수 있도록 신분과 정년이 보장된다. 그러나 이러한 신분보장이 오히려 몸 사리기와 복지부동을 야기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에 정부와 각급 공조직의 장들은 소속 공직자들이 본분에 충실하며 복지부동하지 않도록 공직기강 확립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국경 없는 무한경쟁 시대를 맞아 공직자들의 자질과 기강에 나라와 도시의 성쇠가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공직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지방정부와 지방공무원들은 시민들의 이해와 복지에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업무를 담당하고, 지역발전을 위한 정책과 재원을 독점하고 있다는 점에서 보다 엄정한 공직기강이 요청되고 있다.
민선7기 출범 직후인 지난 7월9일 3선에 성공한 최영조 경산시장은 간부회의에서 “6.13 지방선거 기간 중에 시민과 기업들로부터 인허가 민원처리에 대한 불만을 많이 들었다”며 인허가 부서는 민원처리 대응에 철저를 기하라는 취지로 “신속한 민원처리와 처리가 불가한 경우에는 부서장이 불가사유를 설명하고 보완할 점이나 대안을 제시해주라”는 지시를 했다.
최시장의 지시는 당연히 정상적으로 처리돼야 할 민원처리가 잘 돌아가지 않고 있다는 이야기로 들린다. 민원의 신속한 처리와 불허에 대한 친절한 사유 설명 그리고 해결책 제시는 공직자의 기본이다.
경산시는 매년 민원처리 우수기관으로 중앙정부나 경북도의 표창을 받아오고 있다. 그럼에도 정작 행정수요자인 주민과 기업들의 만족도는 왜 낮게 나타나고 있으며 시장에게 불만을 토로할까?
불만의 본질이 처리지연과 불허처분이라는 처분결과가 아니라, 기업인들이 누차 말하는 공직자들의 직무에 대한 전문지식 부족, 경제 마인드 미흡, 그리고 자기소관만 따지는 얄미운 태도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이 문제는 일회성 지시로 고쳐질 문제가 아니라,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체계화해야 할 사안이다. 공직이 본연의 업무를 잘하도록 체계를 갖추는 것이 공직기강 확립이고 소위 영令을 세우는 일이다.
이참에 필자의 일천한 경험으로 나름 공직에 영을 잘 세운 분으로 기억되는 ‘전핏대’의 공직 영세우기 사례를 소개한다.
‘전핏대’는 직업이 장관이라고 불리는 전윤철 전 공정거래위원장의 별명이다. ‘전핏대’로 별명이 붙은 까닭은 걸핏하면 불 같이 화를 내는 다혈질에다 자기주장이 강하고 강한 추진력을 가졌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수산청장부터 공정거래위원장, 기획예산처장관, 대통령비서실장, 재정경제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 감사원장을 역임했다. 장관급 이상만 13년 넘게 역임했으니 직업을 장관이라고 하는 게 이상하지 않다.
그의 공직 장수비결에 대해 “억세게 관운이 좋았다”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가까이서 같이 일해 본 사람들은 관운으로만 보지는 않는다. 저마다 견해는 조금씩 다르지만 “원칙과 소신이 뚜렷했다” “옳다고 생각하는 바를 지키고 관철해냈다”는 평가는 대체로 일치한다.
전장관 밑에서 3년여 인사업무를 담당했던 필자는 그가 최고의 자리에 계속 불림을 받는 이유로 그가 ‘공직에 영 세우기’를 잘 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오래된 일이지만 필자는 그를 신분이 보장되고 성과에 대한 인센티브가 미미하여 자칫 복지부동에 빠질 수 있는 공직에 확실하게 영을 세웠던 분으로 기억한다. 그는 인사기준과 원칙을 정하고 지켰으며, 어불성설 같지만 업무가 독점적인 공직에서 조차 경쟁을 유도했다. 주요 정책을 A국과 B국에 동시에 검토시키는가하면 실무자들과도 스스럼없이 의견을 주고받았다. 그러면서도 자주 핏대를 올렸다.
한 사례로 그가 공직에 영을 세우는 방식의 대강을 소개할 수 있다.
그가 공정거래위원장 재임 초기에 있었던 일이다, 위원장 취임 후 재벌들의 계열사 간 부당내부거래에 대한 엄격한 규제를 도입하고 조사를 개시하자 관련 기업들의 반발이 거셌다. 이무렵 전경련 행사에 참석했던 그는 어떤 기업체장으로 부터 “내부거래를 조사하는 공정위의 조사관들이 대차대조표의 차변과 대변도 모른다”는 핀잔을 들었다.
핏대가 선 그가 귀청하여 인사라인을 호출했고 “승진심사에 회계학 성적을 반영할 방법을 강구하라”는 지시가 떨어졌다.
부랴부랴 일과 후 회계학 특강을 마련하고 몇 달간의 특강을 마치고는 평가시험을 치러 승진심사 시 1차 컷오프 자료로 활용한다는 인사방침이 발표됐다.
교육이 실시되자 “누워 크는 콩나물”(일을 하지 않는 뺀질이 공무원을 지칭)과 승진을 포기한 “고문관”들 조차도 모두 열심히 공부하여 컷오프 기준을 통과하는 놀라운 사실을 목도할 수 있었다.
물론 내부거래조사에 임하는 조사관들의 자세가 달라졌고 업계의 반발도 수그러들었다.
‘원칙과 기준’에 입각한 공정하고도 엄정한 인사는 공직이라는 ‘시루’ 안에서 ‘누워서 크는 콩나물’조차도 일으켜 세운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최상룡(ksi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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