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권 원장, 경산시 ‘우리아이 보듬병원’ 운영

“아이들을 좋아하고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에 합니다.”

2024-04-30 오후 1:54:53

정영권 원장(중산동 파티마연합 정 소아청소년과의원)

 



경산시에는 야간과 휴일에 진료하는 소아청소년과의원과 병원이 없었다. 그래서 야간이나 휴일에 아이들이 아프면 경증이더라도 할 수 없이 종합병원 응급실로 가야 했다. 이런 불편과 진료 공백을 줄이기 위해 경산시는 올해부터 우리아이 보듬병원사업을 시작했다.

 

경산시 우리아이 보듬병원은 고향사랑기금 등을 재원으로 소아청소년과의원 2개소와 파트너 약국 2개소를 선정하여 평일(,,,)에는 밤 11시까지 휴일(,)에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의원 1개소와 약국 1개소가 당번제로 진료를 하는 사업이다.

 

사업 취지는 좋았으나, 지난해 12월 사업수행자 모집공고에 참여 희망자가 없었다. 경산시에 소아청소년 전담 의료기관이 14개소나 있지만 운영하겠다고 선 듯 나서는 곳이 없었다. 의사가 여럿 있는 소아청소년과 병원에서조차 운영이 어렵다고 했다. 초과근무보다는 워라벨이 더 중요한 시대, 연장 근무나 휴일 근무가 달가울 리가 없다.

 

경산시는 올해 1, 사업수행자 모집을 재공고했다. 그런데 중산동에서 파티마연합 정 소아청소년과의원 정영권 원장이 모집에 응하여 사업수행자로 선정됐다. 간호사들의 동의가 필요한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경산시보건소 관계자들의 설득도 큰 몫을 했다.

 

경산시 소아청소년 진료체계에 큰 진전이 이뤄졌다. 야간과 휴일에 아픈 아이와 부모들이 덜 불편하고 안심할 수 있게 됐다.


 

경산시 우리아이 보듬병원 개소식(좌로부터 광장약국 이승현 약사, 조현일 경산시장, 정영권 원장)

 



정영권 원장은 아이들을 좋아하고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에 하기로 했다.”고 말한다. 문득 1995년에 작고한 바보 의사장기려 박사가 떠올랐다. 그는 평생을 청빈과 봉사의 삶을 살며 죽을 때까지 가난한 환자의 곁을 지켰다. 인술(仁術)의 길을 걸은 한국의 슈바이처이었지만. 시류로 보면 바보 의사였다.

 

정영권 원장은 대구 출신으로 경븍대 생명공학과와 경북대 의학전문대학원을 졸업했다. 대구 파티마병원 인턴과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과정을 수료했다. 그 후 동국대 경주병원 소아응급센터, 수성아동병원에서 소아과 의사로 근무했다. 20199월 중산동에서 파티마연합 정 소아청소년과의원을 개원했다. 오는 9월이면 개원한 지 만 5년이 된다.

 

왜 환자 수가 줄어들고 고충이 많은 소아청소년과를 선택하였는지 물었더니 정 원장은 의전원 재학 중에 결혼하여 아기가 태어나 힘든 수련이 곤란한 상황 등으로 선택의 폭이 넓지 않았고, 적성도 수술 이런 쪽보다는 약 쓰는 계열이 맞았다.”라며 무엇보다 아기들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아기 천사들은 신이 준 선물이다. 그러나 아기 천사를 돌보는 소아청소년과의 현실은 녹록치 않다. 환자 한 명에 보호자 환자가 2명인 경우가 많다. 오죽하면 소아청소년보호자과라는 말과 소아과의 매운 맛이라는 은어가 생겼을까. ‘소아청소년보호자과에서는 환자를 돌보는 일과 보호자를 안심시키는 일 그리고 보호자를 설득하는 삼중고가 예삿일이다.

 

정 원장도 좋은 뜻으로 한 일이 그 반대의 결과로 돌아와 소아과의 매운 맛을 톡톡히 보기도 한다. 한 번은 진료를 거부한다는 민원까지 제기되어 현타(현실자각타임)가 왔다고 했다.

 

그는 어머니들이 병원에 올 때 치료방법과 범위를 정해서 오지 않았으면 ... 그저 전문의를 믿고 맡겨주시면 좋겠다.”는 바램을 내비쳤다.

 

정 원장은 경산시 우리아이 보듬병원을 운영하기 시작한 지난 219일부터 매주 월, 목요일은 밤 11시까지 일요일은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당직 간호사들과 보듬병원 근무를 킵(전담 근무)하고 있다. 일주일에 평일 이틀은 자정이 넘어 집에 들어가고 일요일 낮에는 가족과 함께 하지 못한다.

 

그래도 두 딸이 아빠를 간절하게 필요로 하는 나이를 지났기 때문에 자신은 야간과 휴일 킵을 할 수 있다고 웃는다. 하지만 웃음 넘어로 필수의료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이 전해져 온다.

 

보듬병원 운영도 저야 하면 되지만 간호사들이 야간이나 휴일 근무를 못 하겠다고 하면 운영할 수가 없습니다. 운영비가 지원되지만, 신규로 인력을 채용해서 쓸 수 있을 만큼은 아니거든요. 현재 의료개혁 논의도 순서가 잘못된 거 같습니다. 밑에서부터 필수인력을 채우는 것이 좋을 것 같은 데 지금 나오는 정책들은 중앙과 중환자실 그다음 신생아중환자실 이런 식입니다. 이렇게 하면 아무리 의대 정원을 늘려도 소아과 필수의료를 담당할 의사는 부족할 수밖에 없습니다.”

 

세상의 모든 평화는 바보들의 따뜻한 마음과 희생에 의지한다는 것이 새삼스럽다.

 

경산시는 정 원장이 운영하는 우리아이 보듬병원 이용자가 2290, 3월에는 1,190명 정도라고 밝혔다. 정 원장은 일평균 60명 정도인데 점차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고 했다. 소아과 환자가 가장 많은 가을·겨울철이 아님에도 우리아이 보듬병원은 소기의 성과를 거두며 자리를 잡아가는 중이다. 41일부터는 압량읍 사과나무소아청소년과의원(원장 도은정)이 보듬병원 운영을 시작했다.


 

파티마연합 정 소아청소년과의원 ; 중산동 SM타워 4053-802-7575




오늘도 정 원장과 동료 간호사 그리고 파트너 광장약국(약사 이승현) 바보들의 합창으로 우리아이 보듬병원이 굴러간다.

 

이 바보들은 온갖 실수로 고난을 자초하며 살아가는 멍청한 바보들이 아니다. 바보 의사 장기려, 바보 김수환과 같이 세상을 따뜻하게 하는 마음을 가진 행복한 바보들이다.

 

아자! 경산인 정영권 원장이 매일매일 행복하게 인술(仁術)을 펼치길.






 

 

최상룡 (ksi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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