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2-27 오전 11:05:42
“첫 근무지라 더 특별해요. 근무하는 동안, 아니 그 이후에도 제2의 고향으로 생각하고 애정을 가지고 열심히 할 계획입니다.”

▲ 2008년 베이징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임수정이 경찰이 돼 진량파출소에서 현장 실습을 받고 있다.
올림픽 태권도 금메달리스트 임수정이 경산시 진량파출소에서 지난 11일부터 경찰 실습을 받고 있다.
임수정은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을 시작으로 2008년 베이징올림픽, 2009년 덴마크 세계선수권대회 등에서 모두 정상에 오른 ‘태권여제’다. 2001년 부인중학교 3학년 때 최연소 성인국가대표로 선발, 이듬해 2002 부산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면서 종주국 여자 경량급 기대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임수정은 지난해 6월 11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무도특채 시험에 합격, 진량파출소에서 오는 4월 1일까지 8주간 실습을 마친 뒤 형사강력계 팀에서 근무하게 된다. 다음은 지난 19일 야간근무 중이던 임 순경을 만나 나눈 대화를 옮겼다.
Q. 경찰이 되기로 결심하게 된 동기가 있나?
운동 그만두고 어떤 것을 정말 하고 싶다고 가슴이 요동쳤던 것이 없었다. 은퇴하면서 허무함도 느꼈고. 그 이후 목표도 흐려졌던 것 같다. 석사논문을 준비하면서 특별한 직업 없이 석사, 박사 학위만 준비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고민하던 찰나, 석사 논문 준비하고 있을 때 공고를 보게 됐다. 주변 지인들도 한 번 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연락이 와서 고민 끝에 도전하게 됐다.
처음에는 많은 고민이 들었다. 일단 시작하면 끝을 봐야 하는 성격도 있고, 태권도 선수로서는 금메달도 많이 따고 했지만 경찰이라는 새로운 분야에 도전할 때는 부담이 많이 됐다. 분명이 내가 했던 것들(태권도)이 따라올 텐데 괜히 이 조직에 민폐를 끼치진 않을까. 큰 관심과 기대 속에 내가 많은 것을 못해낼 수도 있다는 부담감이 들었다.
경찰에 도전하면서 ‘금메달리스트의 경찰행에 안쓰러워 보였다’는 언론의 기사를 본 적이 있다. 그때 싫었던 것이 새로운 도전을 안쓰럽게 본다는 게, 생각하기 나름이지만 좋지 않았다.
Q. 경찰이 되기까지의 과정이 궁금하다
경찰이 되겠다고 마음먹고 나서는 준비해야 될 것들이 너무 많았다. 시험 중에 품새가 있어 여주의 국가대표 품새단에 있는 친구를 찾아 배우고(확실하게 하고 싶어서), 삼성 에스원(소속팀)에 가서 경찰 준비하는 친구(박혜미-대구청 발령)와 함께 합숙하며 체력 관리와 운동을 하며 준비했다.
무도 특채는 그동안의 선수생활 성과를 토대로 한 서류심사와 태권도 품새, 겨루기, 발차기, 체력시험, 면접(인성 위주)으로 나눠 진행됐는데 다행히 합격하게 됐다. 특채 현장에서 만난 선배들, 나는 그만둔 지 1년 만에 경찰 준비했지만, 은퇴한 지 10년이 넘고 결혼해서 아기를 키우고 있는 선배들도 있었다.
운동선수들은 대부분 사범이나 코치, 감독, 교사, 직업에 제한적인 부분도 많고, 코치라는 직업도 보장적인 직업이 아니고 성적에 대한 부담,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경찰에 임용되니 금메달 땄을 때보다 연락도 많이 오고, 인터뷰 요청도 많았다고)
Q. 교육받으면서 경찰에 대해 어떤 생각이 들었나?
경찰이 하는 업무가 엄청나게 많다는 걸 느꼈다. 주위에 경찰로 근무하고 있는 선배들과 자연스럽게 대화하면서 느꼈는데, 자기 직업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했다. 그 직업에 대해 자연스럽게 좋고 멋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자 경찰이 훨씬 많은 경찰 조직에서 여경이 약하다는 이미지가 있는데, 우리는 운동을 했으니까 여경이 약하다는 이미지를 깰 수 있겠다는 생각도 했다. 경찰학교 조회 때 운동장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는데 대회에서 메달을 따고 애국가를 들었을 때처럼 소름이 끼치는 느낌을 받았다. 경찰하기를 잘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 수업을 받으면서 경찰이 하는 일, 배우는 과목이 너무 많아서 만능이어야 되겠구나, 배워야 될 것들이 많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자부심을 느꼈다.
Q. 경찰이 되겠다고 했을 때 가족들의 반응은?
딸만 셋이라 언니와 여동생이 경찰은 위험해 보인다며 걱정을 많이 했다. 반면, 부모님은 내가 하고 싶다고 하니까 새로운 도전에 응원을 해주셨다.
Q. 먼저 경찰이 된 선배는 누가 있나?
태권도 금메달리스트인 이선희 언니가 10여년 전에 무도특채로 뽑혔고, 같은 팀 소속이라 경찰조직에 대한 얘기들, 많은 조언을 해주셨다. 왜 경찰을 하고 싶으냐는 질문에 저는 경찰이 멋있다고 생각해 왔다고.
봉사와 희생정신, 위험하기도 한 쉽지 않은 직업이지만 자부심도 크고. 이 직업을 택하는 복합적인 이유가 있겠지만, 많은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새롭게 시작하는 입장에서는 경찰에 대해 좋은 이야기, 희망을 주는 이야기를 많이 들으려 노력한다.

▲ 진량파출소 동료들과 함께~
Q. 경산과의 인연이 있나? 경산에 와서 느낀 점은?
선수생활 할 때 경산에 친구들을 만나러 두세 번 놀러온 적이 있다. 사람들이 정이 많고 순수한 면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 개인적으로 좋은 느낌이 들었다. 서울에서는 빡빡하고 바쁜 생활이 자연스럽고, 저도 항상 바쁘게 생활해 왔는데 경산에 오니 여유가 있고 차분함도 느껴졌다.
이유 없이 느낌이 좋은 곳이랄까. 진량파출소에 처음 왔을 때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2008년 올림픽 때 함께 금메달을 땄던 경산 출신의 손태진 선수, 유도의 최민호(진량고 출신) 선수와도 친하다.
Q. 선수시절 힘들었던 기억, 좋았던 추억은?
사실 선수생활이 행복하진 않았다. 사실 나는 나 자신을 힘들게 하는 스타일이라 운동하며 지는 것도 싫었고, 체력도 남한테 뒤지기 싫어 행복하게 운동했다기보다는 목표를 위해 무작정 달렸던 것 같다. 중학교 때부터 한 운동생활이지만 행복했다고는 말 못하겠다. 금메달 등 잠시의 행복을 위해 너무 긴 시간을 나와의 싸움으로 지쳐간다는 느낌이었다.
다시 운동을 하고 싶지 않다. 경찰이 된 지금이 행복하고, 작은 것에도 감사하게 된다. 취미생활, 좋은 사람과의 관계로 삶이 만족스럽고, 그러다보니 많이 웃게 되고, 일에도 집중할 수 있게 됐다.
Q. 현장실습을 도와주는 동료들을 소개한다면
멘토인 조경호 경사님은 처음에 되게 무뚝뚝할 것 같고 처음엔 긴장도 많이 했다. 계속 따라다니고 업무가 늘어나 귀찮을 법도 한데 작은 것도 반복적으로 차근차근 알려주셔서 같이 있으면 자신감도 생기고 든든하다. 1주일 만에 금방 친해졌다.
생활멘토인 여혜진 경장님은 여성으로서 말하기 어려운 것들, 생활함에 있어 불편함이 없는지 세심히 살펴주신다. 특히, 신입 관리서류를 세심히 챙겨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진량파출소 분위기메이커인 소장님, 팀장님, 권경문 경사님 등 모든 직원들이 따뜻한 가족처럼 챙겨주고, 근무하며 맛있는 것도 많이 사주신다.(옆에서 권경문 경사의 한 마디 “운동을 해서 그런지 너무 잘 먹는다”) 새내기 경찰이 알아야 할 현장경험과 인간관계의 중요성 같은 현실적인 충고가 많은 도움이 되고 출근할 때가 즐겁다.
Q. 근무 외 시간에는 어떻게 지내나?
최근 파출소 인근에 숙소를 구했는데 요즘 집 정리를 하면서 시간을 보낸다. 근처 사는 친구 부모님들이 밑반찬을 잔뜩 챙겨주셔서 무리 없이 생활하고 있다. 집 정리가 마무리되면 경찰생활을 위한 체력관리, 취미생활도 해 나갈 계획이다.
Q. 앞으로 어떤 경찰이 되고 싶은지?
그게 사실 제일 어렵다. 1년간 파출소 근무하면서 어려운 사람들 많이 만날 거고, 시작은 현장에서 배우는 것이 맞다고 생각해서 강력계에서 근무하게 됐다. 조직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실력을 쌓고 나만의 장점을 파악해 내가 잘 할 수 있는 분야에서 최고의 경찰이 되고 싶다.
Q. 경산시민에게 인사 한 마디
경산에 오게 된 것은 운명이라고 생각한다. 원래 문경, 경산, 구미를 발령 희망지로 썼는데, 경산에 자리가 없었다가 갑자기 생기게 된 거다. 아직 경산의 지리나 특성을 잘 모르니까 파출소 근무할 때 길을 물어보거나 하면 다소 당혹스럽다. 잘은 모르지만 좋은 느낌을 가지고 열심히 배우고 익혀서 열심히 경산을, 진량을 지키는 훌륭한 경찰이 되도록 하겠다.
- 임수정은 누구?
▶1986년 8월20일생
▶부천 동곡초-부천 부인중-서울체고-경희대
▶2002 부산아시안게임 51㎏ 금메달
▶2006 세계대학선수권 -59㎏ 금메달
▶2007 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 -59㎏ 금메달
▶2008 베이징올림픽 57㎏ 금메달
▶2009 세계선수권 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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