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3-27 오후 5:01:41
투어후기를 시작하기 전에 간략하게 행사내용과 전체적인 설명을 드리는 것이 이해하시는데 도움이 될 것 같아 먼저 소개를 드리겠습니다.
3월17일,18일 1박2일간 전북 고창 선운사에서 열린 제3회 영∙호남 랠리는 영∙호남의 단합과 친목도모를 위해 500여명의 인원과 330여대의 바이크가 참가한 2007년 첫 정기랠리이면서 꽃바람, 산바람을 안고 진정한 봄나들이를 할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제3회 영호남 랠리. (사진제공=hog-korea 챕터)
저는 이번 랠리참가를 위해 경북지회 회원분들과 안동클럽회원 총25분과 함께 차량 2대를 포함하여 19대의 바이크에 몸을 싣고 설레는 마음으로 출발하였습니다.
할리데이비슨 코리아 대구점에서 9시30분에 출발, 5시에 고창 선운사행사장에 도착하여 만남의 시간(저녁만찬)을 가진 후 첫날을 마감하고 다음날 오전 10시에 그랜드투어(참가바이크 300여대 전체합동투어) 후 각자 복귀하는 것으로 전체행사를 마무리합니다.
그럼 지금부터 본격적인 투어후기를 시작하겠습니다.
투어 첫날
17일 오전 6시30분. 휴대폰이 요란하게 울립니다. “백 과장, 큰일이다. 포항에는 비가 많이 오는데 대구는 어떤가?” 포항지역 안전이사로 계시는 이이호님의 다급한 목소리였습니다. 본능적으로 창문을 여니 비가 부슬부슬 내립니다. “이런! 일기예보에는 비소식이 없었는데?”
이를 시작으로 저의 핸드폰에 불이 나기 시작했습니다.(호떡집에 불났을 때가 바로 이러한 상황이 아닐까 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 상황에서 제가 일관되게 드릴 수 있었던 답변이라곤 “태풍이 불어도 진행합니다. 매장에서 뵙죠.” 이 한마디!
단단히 마음먹고 빗길에 대비해 완벽하게 무장한 후 바이크에 시동을 걸어 아파트를 나오는데 사람들의 시선이 왠지 이상합니다. 다른 때 같았다면 “멋집니다. 부럽습니다.” 등등의 인사말이 나왔을 텐데 아마도 빗속을 뚫고 나가는 제 모습이 여간 낯설어 보인 게 아니었나 봅니다. 하지만 멋쩍음을 뒤로한 채 앞만 보고 곧장 달려 매장에 도착하였습니다. 8시 30분 도착.
따뜻한 커피 한잔의 행복을 느끼며 곧 도착하실 회원 분들을 기다리기 시작했습니다. 9시 “두둥..두둥…두두둥…” 우렁찬 할리의 심장소리가 들리며 17대의 할리가 씩씩하게 매장 앞으로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전원 레인기어(우천시 라이딩 복장)를 착용하고 빈틈없이 대열을 유지하며 매장 앞에 주차하는 우리의 할리 라이더들. ‘역시 할리의 자부심을 가진 자유를 향한 도전자의 모습’으로 밖에는 표현할 수 없는 장면입니다.
커피 한잔으로 몸을 녹이며 경북지회 이정규회장님의 전체미팅을 통해 일정과 코스 및 대열순서를 정한 후 출발을 준비하기 시작했습니다. 출발 전 회장님은 “우중 투어임으로 시간에 구애 받지 않고 안전을 우선으로 하는 투어”를 당부하셨습니다.
드디어 7~8시간으로 예상되는 대장정이 시작되었습니다. 경산-청도-창녕-합천-거창-함양-남원으로 코스를 잡고 시작한 할리의 당당한 대열, 지나가던 사람들이 엄지손가락을 세워 최고라고 환호하며 격려해 주는 인사에 저희 할리 라이더들은 손을 흔들며 웃음으로 화답하였습니다.
봄날의 단비를 온몸으로 느끼며 합천까지 3시간여를 달려 늦은 점심식사를 하였습니다. 연이어 우렁찬 할리 배기음을 내뿜으며 17대의 할리가 식당으로 들어설 때 놀라서 뛰쳐나오시던 식당 주인아주머니는 “아이쿠야! 전쟁이라도 난 줄 알았네! 비 맞고 오시느라 고생들 많으셨지요?”라며 차가워진 두 손 꼭 잡으며 정겹게 반겨 맞아주셨습니다.
25명의 식사를 준비하시는 그 바쁜 와중에도 따뜻한 물 한잔 건네시는 그 넉넉한 인정은 허기를 잊게 해주었습니다. ‘대한민국은 여전히 가슴 따뜻하고 인정 많은 이들이 가득하다. 그래서 희망이 있고 미래가 있다’는 느낌을 가슴 깊이 느꼈습니다.
또한 늦은 점심식사였기에 다들 시장기를 느끼면서도 ‘형님먼저, 아우먼저’ 서로 챙기시는 그 모습이 마치 큰집 잔치에 모인 가족친지들과도 같은 모습이었습니다. 1시간여 식사를 마치고 바라본 하늘의 태양은 여전히 숨바꼭질 중이더군요.

하지만 점점 약해지는 빗줄기가 그 나마 위안이 되었습니다. '거창을 지나 함양 정도에 가면 비가 그치지 않을까'라는 생각과 함께 다시 시작된 투어.
시야를 가리던 빗줄기가 약해지며 산과 들판이 눈에 들어옵니다. 합천댐을 지나 거창으로 가는 길엔 샛노란 개나리, 계곡 사이 물기 머금은 나무 가지들에 피어난 새순들이 완연한 봄기운을 느끼게 하였습니다. 이런 봄 풍경에 흠뻑 취해 달리다 보니 어느새 함양을 지나 남원으로 접어들고 있었습니다.
남원에는 호남지회 회원분들께서 고창까지의 길 안내를 해주시기 위해 마중을 나와 계셨습니다. 매장에서 남원까지는 호남지역 지리에 약한 제가 로드마스터(길 안내와 전체적인 투어 진행)를 하였기에 적잖은 부담이 있었으나 호남 회원분들의 로드를 받으면서부터는 보다 가벼운 마음으로 편안하게 고창까지 달렸습니다.
가던 중에 지역명물인 모 고추장회사의 본사 공장도 보고 길게 늘어선 메타쉐콰이어 가로수 길을 달리노라니 마치 외국에 온 듯한 이국적 정취를 만끽할 수 있었습니다. 담양-장성-백양사를 지나 고창으로 접어들 때쯤 햇빛에 비춰 알알이 반짝이는 장성호의 푸른 물결이 금모래를 뿌리기라도 한 듯 보였습니다.
경상도의 웅장한 산세에 비해 전라도의 산세들은 부드럽고 따스한 어머님의 품속을 떠올리게 했습니다. “역시! 우리 것은 소중한 것이여!”하던 박동진명창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드디어 8시간 대장정의 끝, 고창 선운사 유스호스텔에 도착하자 먼저 도착하신 할리 라이더들의 뜨거운 박수와 함성이 저희를 반갑게 맞아주었습니다.
호남지회, 경남지회, 경북지회, 서울지역, 충청지회, 전국의 할리 라이더들이 함께 어우러져 서로 반갑게 얼싸안고 인사를 나누며 그 동안의 안부를 묻고 환하게 웃고 있는 모습은 오랜만에 한자리에 모인 가족들의 상봉과 다름 없었습니다.

저녁만찬으로 이어진 만남의 기쁨은 시간이 지나도 가실 줄 모르고 광장에서 타오르는 횃불과 함께 그 열기를 더해 갑니다. 이렇게 대장정의 하루가 마무리 됩니다. 선운사의 산자락에 걸린 달님이 오늘 하루 힘찬 심장으로 대지를 달린 할리들을 따스한 손길로 어루만지며 곤히 잠들게 합니다.
투어 둘째 날
선운사 산허리를 휘돌아 감싸는 운해는 청정자연의 품 안에 있음을 느끼게 하며 가슴 속으로 들어오는 상쾌한 공기는 도시의 오염으로 찌든 모든 것 들을 어머니의 태내에 있던 순수한 상태로 만들어 주는 듯했습니다. 부지런한 회원들은 벌써 할리를 깨워 깨끗하게 목욕시킨 후 선운사를 다녀오기도 하고 서해 바다를 보고 오신 분도 있었습니다. 역시 진정한 자유인들입니다.
주차장에 있는 330여대의 할리들은 그랜드 투어 준비로 부산하고, 산 전체를 울리는 할리의 심장소리가 상춘객들의 시선을 모습니다. 이번 코스는 내장산까지이며 50분 정도의 거리입니다.
랠리의 꽃인 그랜드 투어는 라이더라면 한번쯤은 꼭 해야만 하는 가슴 벅찬 진풍경이 연출되는 경험입니다. 할리의 배기음은 늦잠 자는 만물들에게 어서 봄맞이를 하라고 재촉합니다.

내장산 길을 굽이굽이 돌아가는 할리들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한 폭의 그림일 수 밖에 없는 야생마들의 힘찬 행진이 떠오릅니다. 내장산 주차장 도착으로 1시간여 동안의 그랜드 투어를 끝마치고 아쉬움을 남긴 채 내년을 기약하는 회원들의 모습. 5월에 진행되는 제9회 내셔널 랠리에서 꼭 다시 만나길 약속하시는 모습들은 가슴 뜨거운 정과 사람냄새가 가득 묻어나는 아름다운 풍경이었습니다.
내장산—순창—남원으로 내려오며 화창한 햇살 속에서 느껴지는 봄기운과 대자연의 정기를 가슴에 가득 담습니다. 남원의 명물 “추어탕과 튀김”으로 점심을 맛나게 먹고 함양-거창-합천-고령-옥포-화원으로 코스를 잡아 부지런히 할리를 재촉합니다. 상춘객들의 함성과 반가운 손 인사에 모두 답해가며 가슴으로 백두대간의 정기와 우리조국의 산하를 눈에 새깁니다.
이럴 때마다 신중현의‘아름다운 강산’을 작은 소리로 흥얼거리곤 합니다. (아무도 모르는 비밀!) 돌아오는 길, 파란 들판에서 한 가족이 냉이를 캐는지 도란도란 둘러 앉아 있는데 인자하게 미소 짓고 있는 할머니 손을 잡고 이것저것 만지며 해맑게 웃는 어린아이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습니다. 얼마나 사랑스러웠는지! 사랑스런 가족 3대의 넉넉함과 포근함 또한 우리의 소중한 전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회원 분들의 체력회복을 위해 삼계탕으로 저녁을 먹고 간단한 해산식을 가졌습니다. 모두 건강하게 아무런 사고 없이 무사히 복귀한 것에 대한 고마움과 2007년 첫 투어는 비를 맞으며 고생하셨으나 소중한 기억의 한 부분으로 남을 것이라 전한 말씀이 기억에 남았습니다.
따뜻한 포옹과 악수로 마지막 인사를 하고 헤어지는 발걸음이 왜 이리 무거운지. 하지만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고 그 아쉬움이 다음 만남을 더욱 소중하게 해 주리라는 것을 알기에 웃으면서 집으로 돌아 왔습니다.
1박2일, 800여km의 대장정도 가슴 속에 따뜻한 추억으로 묻혀갑니다. 집에 도착하자 고생했다며 연락이 오기 시작합니다. 저도 물론 연락을 드리고요. 할리와 바람을 피우고 있는 남편을 반갑게 맞아 주는 제 아내도 너무 예쁩니다. 뛰어나오며 안기는 제 딸도 무척 사랑스럽습니다. 제 할리가 우리 모습을 보며 윙크를 하네요.
할리야! 너도 수고 많이 했다. 첫 투어의 저녁은 이렇게 마무리 됩니다.
(제공=대구인터넷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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